서울 불투수면적률 54.2%…비가 내리면 절반 넘는 땅에서 물이 쉽게 스며들지 못해

2022년 동작 시간당 141.5㎜ 폭우…하수관·하천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도시의 물

투수포장·빗물정원 등 LID 확대…“관과 땅이 함께 물을 나눠 감당해야”

(한국뉴스투데이24=한아람 논설위원)

비가 그친 뒤 거리를 걷다 보면 늘 같은 자리에 물이 고여 있는 곳이 있다.

횡단보도 앞, 보도블록이 살짝 꺼진 모퉁이, 건물 출입구 앞.

우리는 그 웅덩이를 피해 걷고, 다음 날이 되면 물은 어느새 사라져 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그 물은 어디로 갔을까.

예전의 땅은 빗물을 스스로 받아들였다.

흙은 물을 머금고, 풀과 나무의 뿌리는 물이 스며드는 길을 만들었다.

미처 흡수되지 못한 물도 한꺼번에 흘러가기보다 천천히 낮은 곳과 하천을 향해 이동했다.

도시에서는 이 순서가 달라졌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의 지붕과 보도블록 위에 떨어진 비는 땅속으로 쉽게 스며들지 못한다.

표면을 따라 흐른 물은 빗물받이로 모이고, 하수관을 지나 하천으로 빠져나간다.

땅이 하던 일을 관이 대신하게 된 셈이다.

그렇다면 서울의 땅은 얼마나 빗물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의 불투수면적률은 8.1%다.

서울은 **54.2%**에 이른다.

서울 면적의 절반 이상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축물 등으로 덮여 있어 비가 내려도 물이 땅속으로 쉽게 스며들기 어려운 표면이라는 뜻이다.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수관이 빗물을 받아 하천으로 빠르게 내보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짧은 시간에 하수관과 하천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비가 쏟아질 때다.

141.5㎜의 비가 한 시간에 내렸던 날

2022년 8월 8일 서울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관측지점에서는 **한 시간에 141.5㎜**의 비가 관측됐다.

같은 날 강남지점은 시간당 116㎜, 서초지점은 **110.5㎜**를 기록했다.

당시 서울시가 30년 빈도 수준으로 운영하던 방재성능목표는 시간당 **95㎜**였다.

관측된 비는 이를 크게 넘어섰다.

이후 서울시는 방재성능목표를 시간당 100㎜로 높이고, 강남역 일대에는 110㎜ 수준의 목표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방재능력 강화를 추진해 왔다.

어떤 도시도 기록적인 폭우 앞에서는 쉽지 않다.

다만 같은 양의 비가 내려도 땅으로 스며드는 물이 적을수록 짧은 시간 안에 하수관과 하천으로 몰리는 물의 양은 많아진다.

물이 갈 곳이 관밖에 없다면 많은 물이 같은 시간, 같은 방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도시의 물길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도로의 물은 빗물받이로 들어가고,

하수관을 지난 물은 다시 하천으로 향한다.

어느 한곳에서 흐름이 막히거나 처리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서면 그 영향은 다른 곳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는 ‘어디가 잠길지’ 미리 예측한다

올해부터는 침수를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도 가동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26년 6월 19일부터 서울 강남·서초·관악·구로·동작·영등포 등 6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도시침수예보를 시행하고 있다.

기상청의 강우자료와 국토교통부의 공간정보, 서울시의 관망자료와 관로·노면수위계, CCTV 등을 통합해 침수 가능성을 분석한다.

침수 가능성이 높아지면 침수주의보, 실제 침수가 발생했거나 발생이 확실한 경우에는 침수경보가 발령된다.

시민에게 안전안내문자를 보내는 것뿐 아니라 서울시와 자치구, 경찰과 소방의 현장대응까지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예측이 아무리 정확해져도 결국 물이 갈 곳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답은 하수관을 더 크게 만드는 것뿐일까.

관을 크게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물론 방재시설을 보강하는 일은 필요하다.

대심도 빗물배수터널과 빗물펌프장, 저류시설, 하천 정비, 하수관로 확충은 집중호우 때 도시를 지키는 핵심 기반시설이다.

서울시 역시 2022년 폭우 이후 대심도 빗물배수터널과 방재시설 확충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비가 내린 자리에서부터 가능한 만큼 물을 붙잡아두는 것이다.

물이 스며들 수 있는 투수포장을 만들고,

식물과 흙이 있는 낮은 공간에 빗물을 잠시 모아두는 빗물정원을 만들 수 있다.

가로수 주변의 식수대도 단순히 나무가 심어진 작은 흙 공간이 아니라 빗물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스며들게 하는 공간으로 설계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을 흔히 **저영향개발, LID(Low Impact Development)**라고 한다.

개발 이전의 물순환 기능을 완벽하게 되돌릴 수는 없더라도,

비가 내리자마자 모든 물을 하수관으로 보내는 대신 일부는 머금고, 일부는 스며들게 하고, 일부는 천천히 흘려보내자는 생각이다.

서울도 ‘몇 개 설치했나’에서 ‘실제로 작동하나’로

서울시는 2014년부터 저영향개발 사전협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2024년 5월부터는 제도의 평가방식을 한 단계 바꿨다.

기존에는 빗물관리시설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를 중심으로 봤다면, 개선된 기준에는 시설총량과 함께 물순환 관리면적과 물순환 효율성이 추가됐다.

이유도 분명했다.

서울시는 기존 시설 가운데 집수면과 빗물관리시설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비가 시설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고 실제 침투효과가 떨어지는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설의 숫자만이 아니다.

비가 실제로 그 시설에 들어가고, 머물고, 스며들고 있는가.

그것이 더 중요하다.

설치보다 어려운 것은 유지관리다

여기에서 지난 ⑤편에서 이야기했던 문제가 다시 등장한다.

유지관리다.

투수포장은 처음 설치했을 때는 물이 잘 스며들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공극 사이에 먼지와 토사가 쌓이면 투수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빗물정원도 마찬가지다.

낙엽과 토사가 계속 쌓이고 식물과 토양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처음 계획했던 물순환 기능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서울시 역시 기존 빗물관리시설의 효과를 검증하고 유지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도시 물순환 정책의 주요 추진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물순환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나무를 심는 것보다 잘 자라게 하는 일이 어렵듯,

빗물관리시설도 설치하는 것보다 오랫동안 제 기능을 하도록 관리하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작은 녹지가 폭우를 모두 해결한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다.

투수포장과 빗물정원, 가로수 식수대가 2022년과 같은 기록적인 폭우를 모두 흡수할 수는 없다.

땅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물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넘어서는 비는 결국 하수관과 하천, 저류시설과 펌프시설, 대심도 배수시설이 나누어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관이냐, 땅이냐’를 선택하는 일이 아니다.

관은 관대로 충분한 기능을 갖추고, 땅은 땅대로 할 수 있는 몫을 되찾게 하는 일이다.

큰비가 내렸을 때 모든 물을 한꺼번에 관으로 보내는 대신,

공원과 가로수,

화단과 토양,

건물 주변의 녹지,

투수포장과 빗물정원에서

조금씩 받아들이고 잠시 머물게 할 수 있다면 하수관과 하천에 한꺼번에 몰리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도시의 물순환은 거대한 시설 하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매일 밟는 보도와 공원의 흙,

가로수 아래 작은 식수대,

건물 주변의 녹지,

빗물받이와 하수관,

저류시설과 하천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돼 있다.

비가 오면 우리 동네의 물은 어디로 가는가.

그 물이 처음 닿는 땅은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는 그동안 빗물을 얼마나 빨리 내보낼 것인가를 고민하며 도시를 만들어왔다.

이제는 한 가지 질문을 더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그 빗물을 우리 동네에 얼마나 오래, 안전하게 머물게 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서부터 물을 다루는 도시의 방식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