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46% 급락·매도 사이드카…다음 날에도 6천선 턱걸이
제주 4세 아이 사건엔 경찰 대응 적절성 논란…유족 주장과 경찰 해명 엇갈려
같은 시기 알려진 한미 정상 ‘골프외교 TF’…외교적 필요성 넘어 국민이 묻는 국가의 우선순위
(한국뉴스투데이24=이상록 논설위원) 13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5% 넘게 무너졌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48.89포인트, 5.46% 하락한 6,035.35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6천선 아래까지 떨어졌고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외국인은 하루 동안 약 4조5천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도 크게 하락했다.
하락은 하루로 끝나지 않았다.
14일 코스피는 장중 2% 넘게 반등하기도 했지만 상승폭을 모두 반납한 끝에 다시 0.44% 떨어진 6,008.81로 마감했다. 6거래일 연속 하락이었다. 외국인은 이날도 1조1천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물론 증시 급락 자체를 정부의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국 메모리업체의 기술 진전 우려와 반도체 경쟁, 금리와 환율, 글로벌 위험자산 회피,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등 여러 시장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시장이 크게 흔들릴 때 국가가 국민의 불안을 어떻게 설명하고 대응하느냐는 문제다.
주가지수 뒤에는 사람이 있다.
퇴직금을 투자한 사람도 있고, 노후자금을 넣은 사람도 있다. 대출을 끼고 투자한 사람도 있고, 자녀의 학비와 결혼자금을 주식시장에 맡긴 사람도 있다.
급락장에서 정부가 모든 손실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순간 국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금융시스템의 안정 여부를 점검하며, 필요하다면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책수단을 검토하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국민이 국가의 역할을 묻게 만드는 사건은 경제에만 있지 않았다.
4세 아이의 죽음…국가는 충분히 확인했는가
제주에서는 네 살배기 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두고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유족 측은 아이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경찰이 충분히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찰의 설명은 다르다.
제주경찰청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경찰 또는 행정시 아동보호팀이 부녀와 8차례 대면 조사를 실시했지만 당시 위험요인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이 사건을 곧바로 ‘경찰이 아이의 죽음을 방치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수사와 감찰, 관련 기관의 조사로 확인돼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그러나 질문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의 확인과 안전요청이 있었는데도 결국 아이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면 현재의 아동 안전확인 절차에 무엇이 부족했는지는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현장 경찰 개인의 잘못만을 찾는 것으로 끝낼 일도 아니다.
어떤 신고를 위험신호로 판단하는지, 부모 간 양육권 분쟁과 해외 아동반환 절차가 얽힌 사건에서 어느 기관이 최종적으로 아동의 안전을 책임지는지, 반복적인 안전확인 요청이 들어올 때 어떤 수준까지 직접 확인해야 하는지 시스템 전체를 들여다봐야 한다.
국민이 국가를 가장 절실하게 찾는 순간은 바로 이런 때다.
그런 와중 알려진 ‘골프외교 TF’
그리고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청와대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골프회동 가능성에 대비한 별도 TF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TF에는 의전비서관을 중심으로 외교부와 대통령경호처, 국가안보실, 문화체육비서관실 등이 참여한다. 박세리와 리디아 고 등 프로골퍼가 함께하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회동 자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실관계 하나는 분명히 해야 한다.
이 TF가 최근 이 대통령의 국내 골프 논란을 덮기 위해 갑자기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시간순서와 맞지 않는다.
청와대 측 설명과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한미 정상 간 골프회동 가능성에 대한 검토는 9월 말부터 진행됐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2일 현지시간 뉴욕에서 별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청와대 국가안보실 공식 브리핑에도 이날 저녁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명시돼 있다. 대한민국 청와대
따라서 ‘10월 골프 논란을 세탁하기 위해 TF가 만들어졌다’는 식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비판 역시 사실 위에서 해야 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골프외교 TF 자체가 문제인가.
정상외교에서 골프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정상외교에는 공식회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식사와 산책, 스포츠 같은 비공식 일정이 정상 간 신뢰를 쌓고 공식 테이블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를 논의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골프를 개인적 관계 형성과 외교에 활용해온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상대를 만나는 한국 정부가 그의 성향과 외교 방식을 분석하고 골프회동 가능성을 준비하는 것 자체를 비정상적인 행정이라고 단정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올해 G20 정상회의는 12월 14~15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우리 외교부 역시 이미 미국 등 주요국과 G20 준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외교부
외교는 기회가 생긴 뒤 준비해서는 늦는다.
만약 정상 간 골프가 통상·안보·투자·산업협력 등 실질적인 국익을 얻는 통로가 될 수 있다면 정부가 사전에 준비하는 것도 외교의 일부다.
그럼에도 국민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있다.
골프를 준비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국가가 무엇에 더 긴장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세 사건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다
여기에는 반드시 선을 그어야 한다.
골프외교 TF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경제부처가 증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정상회담을 준비한다고 해서 제주 경찰이 아동의 안전을 확인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증시 급락과 제주 4세 아이 사건, 골프외교 TF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
서로 다른 기관과 시스템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럼에도 이 세 장면이 국민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유가 있다.
국정에는 사실뿐 아니라 국민이 체감하는 우선순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경제적 손실을 체감하고 있을 때.
한 아이의 죽음을 놓고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을 때.
그런 시점에 정상 간 골프를 준비하기 위해 여러 국가기관이 세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 국민은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우리의 절박함과 국가가 보여주는 절박함이 같은가.
그 질문에 단순히 “서로 다른 부처의 일”이라고 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골프가 외교라면 성과도 외교로 보여줘야 한다
정상 간 골프회동이 실제 성사된다면 그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무엇을 논의했고 무엇을 얻었는지가 중요하다.
한미 통상현안인가.
관세 문제인가.
안보와 방위비 문제인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와 산업협력인가.
한반도 문제인가.
정상 간 신뢰를 구축했다면 그 신뢰가 실제 외교현안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가.
정부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골프가 외교수단이라면 골프를 친 사실이 성과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무엇을 얻었느냐가 성과다.
회동이 무산된다고 해서 TF가 실패했다고 볼 이유도 없다.
정상외교 일정은 상대국 사정과 국제정세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성사 가능성이 낮거나 외교적 실익이 불분명한 상황에서도 국가 핵심기관이 과도하게 자원과 시간을 투입했다면 그 적정성은 별도의 평가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결과와 설명이다.
모자 하나에도 고민한다면, 국민의 위험신호에도 그만큼 세밀한가
보도에 따르면 정상 간 골프회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동반 인사와 의전방식 같은 여러 아이디어가 검토되고 있다.
외교의전에서는 당연히 필요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 보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외국 정상과의 한 차례 골프회동을 위해 그토록 세밀하게 시나리오를 검토한다면,
아동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도 그 정도의 세밀함이 있었는가.
증시가 하루 5% 넘게 급락하고 개인투자자의 불안이 커질 때도 그 정도로 촘촘하게 위험을 분석하고 설명했는가.
재난현장에서 국민이 구조를 기다릴 때도 국가시스템은 그렇게 집요하게 움직이는가.
이것은 골프와 아동보호, 증시대응에 같은 인력을 투입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가시스템의 긴장감에 관한 질문이다.
가장 시급한 TF는 무엇인가
국가에는 동시에 수많은 TF가 존재할 수 있다.
경제 TF와 외교 TF, 재난 TF, 치안 TF를 동시에 운영한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따라서 ‘골프 TF를 없애고 주가 TF를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선택문제로 접근해서는 논점이 좁아진다.
오히려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시스템에도 외교행사 준비와 같은 수준의 집요함이 작동하고 있는가.
경제가 흔들릴 때 경제시스템은 움직이는가.
아이에게 위험 가능성이 있을 때 경찰과 복지시스템은 끝까지 확인하는가.
재난이 발생하면 지휘체계가 즉시 작동하는가.
외교를 준비할 때는 그것이 왜 필요한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가.
이 네 가지는 서로 경쟁하는 업무가 아니다.
국가라면 모두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은 완벽한 국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정부도 모든 경제위기를 막을 수 없다.
모든 범죄를 예방할 수도 없다.
모든 사고를 막을 수도 없다.
외교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항상 얻을 수는 없다.
국민도 그것을 안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완벽한 국가가 아니다.
위기의 순간 무엇을 가장 먼저 해야 하는지 아는 국가다.
경제의 불안에는 경제시스템이 작동하고,
아이의 안전에 대한 요청에는 보호시스템이 작동하며,
재난에는 지휘체계가 작동하고,
외교의 기회에는 외교시스템이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어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피하기보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하고 고쳐야 한다.
국가는 행정조직도가 아니라 국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경험하는 결과로 평가받는다.
아무리 정상외교가 중요해도 국민이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시스템을 믿지 못한다면 외교성과에 대한 공감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정부가 답해야 할 질문은 ‘골프를 왜 준비하느냐’에서 끝나지 않는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 시스템은 가장 절박한 국민의 신호부터 제대로 듣고 있는가.
그 답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