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는 하루지만 활착·생육·수관 형성은 수년에서 수십 년

강전정·좁은 뿌리공간·단기 관리가 도시나무의 기능 떨어뜨려

“도시녹화 성과는 준공사진이 아니라 5년·10년 뒤 풍경으로 평가해야”

(한국뉴스투데이25=한아람 논설위원) 나무를 심는 날은 눈에 잘 띈다.

새로 조성된 공원에는 반듯하게 나무가 들어서고, 도로변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가로수가 줄을 맞춘다. 몇 그루를 심었는지, 얼마나 많은 녹지를 새로 만들었는지도 숫자로 남는다. 때로는 사람들이 삽을 들고 나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뒤, 5년 뒤의 모습은 좀처럼 주목받지 못한다.

그 나무들은 지금 얼마나 살아 있을까.

처음보다 얼마나 자랐을까.

수관은 얼마나 넓어졌을까.

충분한 그늘을 만들고 있을까.

그리고 그동안 누가 그 나무를 돌봤을까.

현장에서는 나무를 심는 것보다 잘 자라게 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자주 확인하게 된다.

나무는 땅에 심었다고 그날부터 완전히 그곳의 나무가 되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 자라던 나무를 캐내 새로운 장소로 옮기는 순간부터 긴 적응의 시간이 시작된다. 새로운 토양과 햇빛, 바람을 견뎌야 하고 옮기는 과정에서 줄어든 뿌리도 다시 뻗어야 한다.

도시는 나무에게 더욱 어려운 환경이다.

좁은 식수대와 단단하게 다져진 토양, 여름이면 뜨겁게 달아오르는 아스팔트와 보도블록, 제한된 뿌리 공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무를 심은 날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물을 줘야 한다.

뿌리가 제대로 자리 잡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지주목이 줄기를 조이고 있지는 않은지, 토양이 지나치게 굳지는 않았는지, 병해충이나 폭염으로 나무가 기운을 잃고 있지는 않은지도 지켜봐야 한다.

그렇게 어렵게 뿌리를 내린 나무가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또 다른 고비를 맞는다.

겨울철 거리를 걷다 보면 가지가 거의 사라지고 굵은 줄기 끝만 남은 가로수를 쉽게 볼 수 있다.

현장에서는 이런 모습을 흔히 ‘닭발전정’이나 ‘몽둥이전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술적으로는 수관의 상당 부분을 일시에 제거하는 과도한 강전정이나 두절식 전정에 가까운 경우다.

이것은 기능만의 문제가 아니라 풍경의 문제이기도 하다.

나무에는 저마다 고유한 수형이 있다.

느티나무라면 가지를 넓게 펼치며 풍성한 수관을 만들고, 그 아래로 넉넉한 그늘을 드리운다.

그 모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년, 수십 년 동안 가지를 뻗고 잎을 내면서 비로소 만들어진다.

그런데 굵은 가지를 남기고 수관 대부분을 잘라내면 그 시간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시민들이 매일 걷는 길에서 가장 가까이 만나는 자연의 얼굴도 함께 달라진다.

물론 가지치기는 필요하다.

죽거나 병든 가지를 제거해야 하고, 전선이나 신호등, 건축물과 충돌하는 가지도 관리해야 한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위험한 가지를 정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필요한 관리를 넘어 수관 대부분을 한꺼번에 잘라내는 경우다.

수십 년 동안 만들어온 수관을 크게 잃으면 그늘도 줄어든다.

잎의 증산을 통한 열환경 완화 기능도 약해질 수 있고, 새와 곤충이 머물 수 있는 공간도 줄어든다.

도시 나무의 냉각효과는 단순히 나무가 몇 그루 있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수관이 얼마나 넓고 건강하게 유지되는지, 얼마나 밀도 있게 배치돼 있는지도 중요하다.

나무는 살아 있지만 우리가 그 나무에게 기대했던 환경적 기능은 이전과 같지 않을 수 있다.

과도하게 잘린 나무는 다시 많은 새가지를 낸다.

겉으로는 몇 해 지나 다시 잎이 무성해져 회복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새로 발생한 가지의 구조적 안정성이 이전의 자연스러운 가지 구조와 같다고 볼 수는 없다.

몇 년 뒤 가지가 다시 무성해지면 또 강하게 잘라내고, 다시 새가지가 나오면 또 잘라내는 일이 반복되기도 한다.

나무를 베지 않고도 나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처음부터 공간에 맞지 않는 수종을 심었을 수도 있다.

전선이나 건축물과의 거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나무가 20년, 30년 뒤 얼마나 커질지를 제대로 예상하지 않은 채 좁은 공간에 심었다면 결국 어느 순간 사람과 시설, 나무가 서로 충돌하게 된다.

여기에 낙엽과 열매, 가지에 대한 민원, 제한된 관리인력과 예산이 겹치면 한 번에 많은 가지를 잘라내는 방식이 선택되기 쉽다.

결국 강전정의 문제는 어느 작업자가 가지를 많이 잘랐다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다.

30년 뒤 나무가 얼마나 자랄지를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계획.

나무에게 필요한 공간을 주지 않은 도시 구조.

그리고 한 그루를 오랫동안 건강하게 키우기보다 그해의 관리작업을 끝내는 데 초점을 맞춘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시간’의 문제도 있다.

나무를 심고 나면 일정 기간 하자보수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시공 과정의 잘못으로 생긴 문제를 시공한 쪽이 바로잡는 일이다. 정해진 기간 안에 나무가 말라 죽었다면 다시 심는 식이다.

하지만 하자보수와 돌봄은 같은 일이 아니다.

하자보수가 계약으로 정해진 기간 안에 발생한 문제를 고치는 일이라면, 돌봄은 나무가 살아가는 동안 계속되는 일이다.

물을 주고, 토양을 살피고, 가지를 알맞게 다듬고, 병해충을 확인하는 일은 문제가 생긴 뒤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계속 관찰하고 관리해야 한다.

더구나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수관을 넓혀 사람들에게 넉넉한 그늘을 만들어주기까지는 하자보수 기간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보수 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나무가 돌봄에서 풀려나는 것은 아니다.

그 이후의 책임은 발주자와 관리기관, 그리고 결국 그 공간을 관리하는 주체로 이어져야 한다.

문제는 그 연결이 얼마나 지속적이고 분명한가 하는 것이다.

나무에게는 계약기간도, 회계연도도 없다.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성장을 멈추지도 않는다.

예산이 한 해 단위로 끝났다고 나무의 생육주기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나무는 한 해 한 해 뿌리를 넓히고 가지를 뻗으며 수십 년을 살아간다.

나무의 시간은 수십 년인데 우리의 관리계획은 너무 짧은 것은 아닐까.

그리고 여기에서 또 하나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나무가 살아 있다는 것과 도시가 기대한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나무가 죽지 않았다고 해서 충분한 그늘을 만들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반복되는 강전정으로 수관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거나, 좁은 뿌리 공간과 단단한 토양 때문에 생육이 정체돼 있다면 나무는 그 자리에 서 있어도 도시가 기대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할 수 있다.

기후위기가 심해질수록 이 차이는 더욱 중요해진다.

폭염이 길어질수록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나무가 있는 거리’가 아니다.

실제로 걸을 수 있는 그늘이 있는 거리다.

가뭄과 집중호우가 반복될수록 나무가 건강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양과 지속적인 관리 역시 중요해진다.

건강한 수관을 유지하는 일은 단순히 나무를 보기 좋게 만드는 일이 아니다.

폭염 속 그늘을 지키는 일이고, 오랜 시간 축적해 온 탄소 저장 기능을 유지하는 일이며, 새와 곤충이 머물 수 있는 작은 생태계를 지키는 일이다.

그래서 유지관리는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환경기능을 유지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나무를 심는 기술만큼이나 수목의 상태를 진단하고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전문성도 중요하다.

도시녹화의 성패는 결국 준공식 이후, 눈에 잘 띄지 않는 시간 속에서 결정된다.

관리 실패는 단순히 나무 한 그루를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시 나무를 생산하고 운반하고 심는 데 또 다른 자원과 비용이 들어간다.

무엇보다 잃어버린 것이 하나 더 있다.

시간이다.

그 나무가 살아 있었다면 5년 동안 넓혔을 수관을 잃고, 10년 동안 만들었을 그늘을 잃는다.

새 나무를 다시 심으면 시간도 다시 처음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도시녹화의 성과를 평가하는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몇 그루를 심었는가.

그 질문만으로는 부족하다.

5년 전에 심은 나무는 지금 얼마나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가.

처음 심었을 때보다 수관은 얼마나 넓어졌는가.

그 나무는 충분한 그늘을 만들어가고 있는가.

뿌리가 자랄 공간은 남아 있는가.

그리고 그 초록을 누가 계속 유지관리하고 있는가.

이 질문까지 함께 해야 한다.

도시녹화의 성과는 나무를 심은 날 결정되지 않는다.

어린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넓히고, 수많은 여름과 겨울을 견뎌 마침내 누군가에게 그늘을 내어줄 때 비로소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도시녹화의 진짜 성과는 준공 당시의 사진이 아니라, 5년 뒤에도 살아 있고 10년 뒤에는 더 좋아진 풍경에 있다.

그래서 나무를 심는 것보다 잘 자라게 하는 것이 더 어렵다.

그리고 좋은 도시의 초록은 그 긴 시간을 끝까지 책임지는 데서 만들어진다.


다음 편

다음 편에서는 비가 오는 날의 우리 동네를 이야기하려 한다.

도시에 내린 빗물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예전에는 흙이 받아들이던 물이 아스팔트와 보도블록 위에서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가 흔히 ‘하수구’라고 부르는 곳 너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번에는 땅과 물의 관점에서 도시를 바라보려 한다.

「초록의 시선 ⑥」 예고

비가 오면 우리 동네의 물은 어디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