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 상사미동 스마트축산단지 추진…2,000억원 민간투자·폐광지역 새 산업 기대
삼척 도계 주민은 악취·오십천 수질·정주환경 우려…“스마트 시설이라도 불안”
사업지는 태백, 영향 가능성은 행정경계 밖으로…기술효과·정보공개·주민수용성이 관건
[한국뉴스투데이24=김 인 기자]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가 폐광지역의 새로운 산업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는 대규모 스마트축산단지가 인접한 삼척시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쟁점의 중심에는 태백시 상사미동 일원에 추진되는 산란계 320만 마리 규모의 스마트축산단지가 있다. 삼척지역 대책위와 삼척시의회도 해당 규모를 전제로 악취와 분뇨, 오십천 상류 수질, 백두대간 생태계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태백에는 폐광 이후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필요하다. 반면 삼척 도계지역 주민들은 사업예정지가 행정구역상 태백에 있더라도 환경영향 가능성은 행정경계를 넘어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갈등은 결국 양계장을 어디에 지을 것인가라는 문제를 넘어선다.
경제적 편익을 기대하는 지역과 환경적 위험을 우려하는 지역이 서로 다를 때, 그 위험은 누가 검증하고 인접지역 주민의 목소리는 어디까지 반영돼야 하는가.
이번 논란이 던지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이다.
태백에는 ‘폐광 이후’가 걸려 있다
태백시가 스마트축산단지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폐광지역의 산업전환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태백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소재 축산기업은 스마트축산단지 조성과 관련해 약 2,000억원 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태백시는 해당 기업의 2025년 매출이 약 900억원, 종업원은 약 200명 규모라고 설명했다. 기업이 태백으로 이전할 경우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백시 입장에서 이번 사업은 단순한 축산시설 유치가 아니라 폐광 이후 지역경제를 떠받칠 새로운 산업을 찾는 문제와 연결돼 있는 셈이다.
삼척 역시 폐광의 어려움에서 자유롭지 않다. 도계지역에는 현재 국내 마지막 탄광이 남아 있고 폐광 이후의 산업전환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결국 이번 갈등에는 폐광지역 태백의 생존전략과 또 다른 폐광지역인 삼척 도계의 미래전략이 맞닿아 있다.
태백 “에어스크러버 전면 도입”…기술로 악취 줄인다
환경문제에 대해 태백시는 기존 축산시설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태백시에 따르면 투자기업은 단계적으로 스마트 기반 첨단 축산단지를 조성하고 에어스크러버를 전면 도입해 악취를 저감하는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다.
태백시는 실제 운영 중인 시설도 방문해 악취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이번 논쟁에서 중요하다.
대규모 사육시설이라고 해서 기존 재래식 축산시설과 환경성능이 반드시 같다고 전제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반대 방향의 단정도 경계해야 한다.
저감기술을 도입한다는 사실과 상사미동의 실제 규모·지형·기상조건에서 인접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수준일지가 이미 검증됐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스마트라는 이름이 아니라 실제 성능이다.
삼척 주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경계’
삼척 측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사업의 위치다.
사업예정지는 행정구역상 태백시에 있지만 삼척 도계지역과 인접해 있다.
삼척 범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사업이 현실화될 경우 악취와 분뇨, 식수원과 오십천 상류 수질, 백두대간 생태계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태백의 발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삼척시와 도계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협의와 객관적인 환경 검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척시의회도 9월 들어 공식 반대입장을 내고 사업예정지가 오십천 상류와 인접해 있다며 가축분뇨와 오·폐수 등에 따른 수질·생태계 영향을 우려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중요한 구분이 필요하다.
현재 제기되는 것은 환경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사업이 시행될 경우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KNT24는 현 단계에서 스마트축산단지 때문에 오십천이 오염되거나 삼척지역에 악취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단정할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따라서 실제 영향의 정도는 사업계획과 환경 관련 절차에서 검증해야 한다.
“산바람 타고 넘어오는 악취, 어떻게 100% 막나”
공식자료만으로는 주민이 느끼는 불안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삼척시 인근에서 체류형 휴식공간을 준비하고 있는 주민 A씨는 KNT24 취재에서 이렇게 말했다.
“청정 자연 하나만 믿고 정착해 조용한 쉼터를 일구고 있는데,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산등성이 너머로 대규모 양계장이 들어선다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아무리 스마트 시설이라 한들 산바람을 타고 넘어오는 악취를 어떻게 백 퍼센트 막겠습니까? 이는 지역의 힐링 관광 이미지와 농촌 생태계를 송두리째 흔드는 일입니다.”
A씨의 발언은 향후 삼척지역에 악취나 생태계 피해가 실제 발생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학적 자료는 아니다.
하지만 사업 인접지역에서 생활기반을 마련하고 있는 주민이 무엇을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직접취재 자료다.
태백시가 설명하는 기술적 저감 가능성과 인접지역 주민들이 생활공간에서 받아들이는 위험 사이에는 아직 간극이 존재한다.
320만 마리라는 숫자가 키운 불안
사업규모 역시 주민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삼척 대책위와 시의회가 문제를 제기하는 기준은 산란계 320만 마리다. 대책위는 이 규모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뇨와 악취의 처리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규모가 크다는 사실만으로 환경피해 발생을 자동으로 결론낼 수는 없다.
반대로 스마트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환경문제가 해결된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향후 핵심은 실제 시설에서 분뇨와 세척수 등이 어떻게 처리되고 악취저감시설이 어느 수준의 성능을 보이는지다.
이번 기사에서는 세부 처리용량과 실제 환경성능을 독립적으로 확인할 충분한 자료까지 확보하지 못했다.
그 부분은 사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공개되고 검증돼야 한다.
태백에서도 “검증 전에 기회를 포기하지 말자”
갈등이 커지면서 태백지역에서도 반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태백시현안대책위원회는 삼척시의회의 사업 철회 요구에 반발하며 환경영향을 검증하기도 전에 폐광지역의 새로운 산업기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환경을 지키면서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것이 태백에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반론은 이번 갈등을 단순히
‘개발하려는 태백 대 환경을 지키려는 삼척’
이라는 구도로 설명하기 어렵게 만든다.
태백에는 일자리와 지역경제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삼척에는 정주환경과 식수원, 관광·생태자산에 대한 우려가 있다.
두 지역 모두 자신들의 미래와 생존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마트’라는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검증
이번 논쟁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결론을 먼저 정하는 일이다.
스마트축산이라는 이름만으로 환경안전성이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320만 마리라는 숫자만으로 환경재앙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주장보다 측정 가능한 자료다.
태백이 기대하는 실제 고용과 지역경제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악취저감시설은 어느 수준으로 작동하는지, 분뇨와 폐수는 어떻게 처리되는지, 주변 수계와 생활권에는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환경저감기술이 계획대로 작동하고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된다면 주민들의 우려를 줄일 근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환경영향이 예상보다 크다면 시설규모나 사업방식, 입지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사업지는 태백, 바람과 물에는 행정경계가 없다
이번 사업에서 KNT24가 주목하는 핵심은 행정경계와 영향의 경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업지는 태백시에 있다.
그러나 바람과 물, 교통과 생활권은 행정구역 선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의 주민뿐 아니라 영향을 우려하는 인접지역에도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고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마련되는지가 중요하다.
삼척 대책위 역시 사업 추진에 앞서 삼척시와 도계주민이 참여하는 협의절차와 객관적인 환경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향후 사업절차에서 환경영향을 어느 범위까지 조사할 것인지, 어떤 자료를 공개할 것인지, 삼척 주민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 것인지가 갈등 해결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생’은 말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태백의 경제회생은 중요하다.
삼척 주민들의 생활환경 역시 중요하다.
둘 중 하나를 먼저 포기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이번 갈등을 풀기 어렵다.
태백이 얻을 경제적 편익은 실제 얼마나 되는가.
삼척이 우려하는 환경적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
스마트 저감시설은 실제 어느 수준까지 작동할 수 있는가.
그리고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주민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의견제출 기회가 제공되는가.
이 질문에 자료와 절차로 답해야 한다.
“스마트하니까 괜찮다”는 말도, “대규모 양계장이니 반드시 피해가 난다”는 말도 검증을 대신할 수 없다.
폐광 이후 새로운 산업이 절실한 태백과 역시 폐광 이후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삼척이 공존하려면 한쪽의 희생을 전제로 해서는 안 된다.
행정경계에 걸쳐 있는 사업에서 진정한 상생은 편익과 위험을 함께 공개하고,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주민들과 함께 검증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320만 마리 스마트축산단지가 폐광지역의 새로운 성장모델이 될지, 또 다른 지역갈등의 출발점이 될지는 결국 기술의 이름이 아니라 앞으로 공개될 데이터와 의사결정 과정이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