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216억달러로 1위 복귀…2위는 사모펀드 김병주, 3위는 바이오 서정진

AI 반도체 호황에 50대 부자 총자산 1,750억달러 사상 최고…진입선도 처음 10억달러

알테오젠·두나무·APR까지 신흥 산업서 억만장자 속속…국내 ‘주식부자’ 순위와는 계산법 달라


[한국뉴스투데이24=이상록 기자] 한국 최고 부자라고 하면 삼성이나 현대 같은 대기업 오너가부터 떠올리기 쉽다.

2026년에도 이들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다.

하지만 올해 Forbes가 발표한 Korea’s 50 Richest 2026을 펼쳐보면 한국의 거액 자산이 만들어지는 방식이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다.

그런데 2위는 전통 제조대기업 총수가 아니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공동창업자 김병주 회장이고, 3위는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을 창업한 서정진 회장이다.

여기에 AI 반도체와 장비, 바이오 기술수출, 암호화폐 거래소, K뷰티 미용기기처럼 최근 빠르게 기업가치가 상승한 분야에서도 새로운 억만장자들이 등장했다.

Forbes는 2026년 한국 50대 부자의 총자산을 1,750억달러로 집계했다. 전년 990억달러보다 77% 증가한 사상 최고 수준이다.

50위에 들어가기 위한 최소 자산도 처음으로 10억달러까지 높아졌다. Forbes는 이런 급증의 중요한 배경으로 AI 붐에 따른 반도체 수요와 한국 증시 상승을 꼽았다. Forbes

이제 한국 부자명단을 읽는 질문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누가 몇 위인가보다,

어떤 기업과 산업이 새로운 부를 만들어내고 있는가.


이재용 1위 복귀…AI 반도체가 자산을 끌어올렸다

Forbes의 2026 한국 50대 부자 정기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16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자산이 138억달러 늘어 증가액에서도 가장 컸다.

Forbes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메모리반도체 기업 가운데 하나이며 AI 붐에 따른 메모리 수요 확대가 이 회장의 자산 증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Forbes

실시간 순위에서는 이보다 더 높아지기도 했다.

Forbes 프로필에서 이 회장의 실시간 순자산은 9월 15일 기준 321억달러, 세계 75위로 표시됐다. Forbes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Forbes의 한국 50대 부자 순위와 실시간 억만장자 순위는 같은 자료가 아니다.

한국 50대 부자 정기판은 3월 27일 종가와 환율을 기준으로 평가한 반면, 실시간 순자산은 주가 변화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Forbes

즉 216억달러와 321억달러 가운데 어느 하나가 틀린 것이 아니라 평가시점이 다른 숫자다.


2위는 재벌총수가 아니었다…MBK 김병주 99억달러

올해 순위에서 눈에 띄는 장면은 2위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공동창업자가 99억달러로 한국 2위에 올랐다.

MBK파트너스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투자하는 사모펀드 운용사다.

한국의 최고 부자 상위권을 전통 제조업 오너가가 아닌 금융투자업 창업자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자산가 구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Forbes는 지난해 1위였던 김 회장이 올해 2위로 내려왔지만, MBK가 아시아 바이아웃 펀드로 55억달러를 조성한 사실 등을 함께 소개했다. Forbes

이 장면만 놓고 봐도 2026년 한국 부자명단은 단순한 ‘재벌 순위’로 설명하기 어렵다.


서정진 3위…바이오는 이제 확실한 부의 축

3위는 셀트리온 공동창업자 서정진 회장이다.

Forbes는 그의 자산을 81억달러로 평가했다. 전년 63억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상승했고,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 공장 인수와 국내 생산능력 확대 계획 등이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쳤다. Forbes

하지만 올해 바이오 분야에서 눈에 띄는 인물은 서 회장만이 아니다.

Forbes는 2026년 한국 부자 특집에서 아예 별도 기사로 바이오 산업에서 새로운 억만장자들이 탄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테오젠 공동창업자 박순재 대표는 26억달러로 한국 22위에 올랐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 의약품을 피하주사 형태로 바꾸는 기술로 주목받았고, 미국 머크와의 기술계약 이후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Forbes

삼천당제약 윤대인 회장은 59억달러로 10위에 새로 진입했고, ABL바이오 이상훈 대표와 보로노이 김현태 대표도 신규 부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Forbes

과거 국내 바이오기업이 생산과 복제약 중심으로 평가됐다면, 최근에는 기술수출과 글로벌 제약사와의 공동개발 계약 자체가 수조원대 기업가치를 만들어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삼성만 부자로 만든 것은 아니다

AI 붐은 삼성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기업의 자산가치도 끌어올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미반도체다.

한미반도체는 HBM용 TC본더 등 반도체 후공정 장비 분야에서 주목받았고, AI용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확대와 함께 시장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Forbes는 2026 한국 부자들의 자산 증가를 설명하면서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기업들이 AI 붐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Forbes

한국 부자지형에서 AI는 단순한 기술유행이 아니라 주식과 대주주 지분가치를 재평가한 자산 변수가 된 셈이다.


현대차 정의선도 자산 두 배…자동차보다 AI·로봇까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산도 크게 늘었다.

Forbes는 정 회장의 2026년 자산을 63억달러로 평가했다.

현대자동차 주가가 1년 사이 거의 세 배 수준으로 오르면서 자산도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Forbes

그 배경에는 단순한 자동차 판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뿐 아니라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한 로봇, AI 데이터센터, 수소 등으로 투자영역을 넓히고 있다.

Forbes는 현대차의 AI·로봇 투자에 대한 시장 기대도 주가 상승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설명했다. Forbes

전통 제조업에서도 자산가치의 평가기준이 자동차 생산량에서 AI·로봇·미래산업 기대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코인 가격보다 ‘거래소 지분’이 억만장자를 만들었다

2026년 부자명단에서는 디지털자산 산업도 다시 등장했다.

두나무 공동창업자인 송치형 회장과 김형년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2025년 11월 두나무를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하기로 했고, 합병법인의 기업가치는 136억달러로 평가됐다.

이 거래로 송치형 회장의 자산은 23억달러로 늘어 다시 억만장자 지위를 회복했고, 김형년 부회장 역시 12억달러로 한국 부자명단에 복귀했다. Forbes

9월 Forbes 실시간 평가에서는 송 회장 26억달러, 김 부회장 14억달러로 다시 높아졌다. Forbes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재산이 비트코인 몇 개를 보유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핵심은 업비트를 운영하는 기업 두나무의 지분가치다.

디지털자산 시장이 새로운 억만장자를 만든다고 할 때 단순 코인가격뿐 아니라 거래소와 금융플랫폼 기업가치를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37세 김병훈…K뷰티도 억만장자를 만들었다

2026년 명단에서 세대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은 APR 공동창업자 김병훈 대표다.

그는 37세다.

Forbes는 김 대표를 Self Made, 즉 자수성가형 자산가로 분류하고 있으며 그의 자산 원천을 미용기기·뷰티산업으로 설명한다. Forbes

APR은 2014년 창업했고 2024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메디큐브 브랜드의 화장품과 홈뷰티기기가 해외시장에서 성장하면서 회사 주가가 급등했다.

Forbes는 APR 주가가 1년 동안 5배 넘게 오르면서 김 대표의 2026 한국 부자 정기판 자산이 27억달러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Forbes

9월 실시간 순자산은 34억달러까지 올라갔다. Forbes

김 대표의 사례가 눈에 띄는 이유는 명확하다.

전통 대기업 승계나 수십 년 축적된 산업자본이 아니라 약 10년 된 K뷰티 스타트업이 억만장자를 만든 사례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부자는 줄기도 한다…카카오 김범수가 보여주는 반대 사례

모든 신산업 자산가의 재산이 계속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의 2026 한국 50대 부자 기준 자산은 38억달러였다. 9월 실시간 평가에서는 32억달러 수준이었다. Forbes

카카오는 메신저를 기반으로 게임·쇼핑·금융·콘텐츠로 확장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플랫폼기업으로 성장했다.

김 창업자는 한때 한국 최고 부자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플랫폼기업의 주가와 규제환경이 달라지면서 개인 자산평가도 크게 변했다.

이 사례는 부자순위가 한번 정해지면 유지되는 ‘계급표’가 아니라 기업가치 변화가 그대로 반영되는 시장의 스냅샷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왜 다른 숫자가 나오나

흥미로운 것은 국내에서 발표되는 ‘주식부자’ 자료를 보면 Forbes와 전혀 다른 숫자가 나온다는 점이다.

한국CXO연구소가 10월 6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 총수 48명의 국내 주식평가액은 6월 말 134조199억원에서 9월 말 115조4천423억원으로 13.9% 줄었다.

이재용 회장의 국내 주식평가액도 59조1천878억원에서 45조9천894억원으로 약 13조2천억원 감소했다. 연합뉴스

앞에서는 Forbes가 이 회장의 재산이 크게 늘었다고 했는데 국내 조사에서는 크게 줄었다고 한다.

둘 중 하나가 틀린 것일까.

그렇지 않다.

무엇을 측정하는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Forbes의 ‘재산’과 국내 ‘주식재산’은 다른 숫자다

Forbes의 한국 부자 순위는 개인과 가족이 가진 상장주식뿐 아니라 비상장회사 지분과 다른 자산 등을 평가해 전체 순자산을 추정한다.

비상장기업은 유사한 상장기업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한다.

2026 한국 50대 부자 순위는 3월 27일 주가와 환율을 기준으로 했고, 가족 공동자산도 일부 포함된다. Forbes

반면 한국CXO연구소 자료는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 총수들이 보유한 국내 상장사 주식의 평가액을 특정 시점의 주가로 계산한다. 연합뉴스

따라서 두 숫자는 애초에 같은 것을 측정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Forbes는 ‘이 사람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부자인가’를 추정하고, 국내 주식재산 조사는 ‘현재 들고 있는 국내 주식이 얼마인가’를 계산한다.

이 차이를 모르면 서로 다른 부자순위를 놓고 어느 쪽이 맞느냐는 혼란이 생긴다.


‘부자 순위’ 하나만으로 한국 경제 전체를 읽을 수는 없다

주의할 점도 있다.

한국 부자명단에 반도체·바이오·코인·K뷰티 창업가가 늘었다고 해서 한국의 모든 산업자금이 이 분야로 몰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부자순위에는 대주주의 지분율이 큰 영향을 미친다.

규모가 큰 기업이라도 전문경영인 체제이거나 지분이 넓게 분산돼 있으면 개인 억만장자 순위에는 약하게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창업자가 큰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주가가 급등할 경우 개인 자산도 빠르게 증가한다.

따라서 이 명단이 보여주는 것은 한국 산업 전체의 순위라기보다:

최근 한국 자본시장에서 어떤 기업과 대주주 지분의 가치가 크게 평가받았는가

에 가깝다.


전통 재벌은 여전히 강하다…하지만 부를 만드는 길은 늘었다

그렇다고 한국 부자구조에서 재벌가의 영향력이 약해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삼성·현대차·SK·LG·효성 등 전통 대기업 오너가가 여전히 상위권에 대거 포진해 있다.

상속과 승계를 통해 보유하게 된 대기업 지분은 지금도 한국 초고액 자산의 가장 큰 축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2026년 명단은 그 옆에 다른 길이 분명히 생겼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사모펀드 김병주

바이오 서정진·박순재

디지털자산 송치형·김형년

K뷰티 김병훈

같은 인물들은 모두 기업을 만들거나 투자산업을 키워 부를 형성했다.

산업도 서로 다르다.

금융투자, 바이오, 반도체, 디지털자산, 뷰티테크가 모두 억만장자를 만들어냈다.


결국 순위보다 중요한 질문은 ‘부가 어디서 만들어졌는가’

부자순위에는 자극적인 숫자가 많다.

216억달러.

99억달러.

81억달러.

세계 몇 위.

한국 몇 위.

하지만 주가가 움직이면 숫자는 달라진다.

순위도 바뀐다.

오히려 더 오래 남는 것은 그 돈이 만들어진 과정이다.

삼성의 AI 반도체.

MBK의 투자금융.

셀트리온과 알테오젠의 바이오.

현대차의 자동차·AI·로봇.

두나무의 디지털자산 거래플랫폼.

APR의 K뷰티.

이 흐름을 함께 보면 2026년 한국의 부자명단이 전하는 메시지는 조금 달라진다.

재벌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부를 만드는 길은 한 집안의 이름에만 있지 않다. 기술과 창업, 새로운 산업 속에서 여러분에게도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단순히 ‘누가 더 부자인가’보다 한국 산업과 자본시장이 어디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