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예·지역문화·저작권·국악 등 기능 재편…정부, 공공기관 109곳 감축 추진

고용승계·처우보장하면서 비용은 어디서 줄이나…중복사업·이용편의·전문성으로 성패 따져야

[한국뉴스투데이24=이상록 기자]

정부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저작권·체육 분야의 17개 기관·조직을 7개 기관 체제로 통합·재편한다.

지난 9월 3일 정부가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의 문화 분야 개편이다.

정부 전체로는 전략적 구조개혁 15곳, 유사기능 일원화 11곳, 자회사·소규모기관 통합 83곳 등 109개 기관·조직을 감축·정비한다. 정부는 유사·중복 기능을 일원화하고 분산된 기능을 연결해 국민 서비스를 개선하는 한편 공통 관리비용을 줄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문화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악방송, 지역문화진흥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저작권위원회·한국저작권보호원 등 서로 다른 기관과 조직에 분산된 기능을 분야별로 다시 묶는다. 정부 발표와 관련 자료에서도 문체부 산하 17개 기관·조직을 7개 기관으로 통합·재편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7→7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기관과 조직을 합치면 문화예술인과 국민이 받는 서비스가 실제로 더 좋아지고, 중복비용도 줄어들 것인가.

17→7, 실제로 어떻게 합치나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는 문화예술산업 분야다.

정부안에 따르면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공예본부·디자인본부·문화역284팀,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국립문화공간재단을 묶어 가칭 한국문화예술산업진흥원으로 재편한다.

전통공연 분야에서는 국악방송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을 통합해 가칭 국악문화산업진흥원을 만든다.

지역문화·문화예술교육 분야도 통합한다. 지역문화진흥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전통문화본부·한복센터, 한국문화정보원을 가칭 한국문화진흥원으로 재편하는 방안이다.

저작권 분야에서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한국저작권보호원을 통합해 가칭 한국저작권원으로 재편한다.

박물관 분야에서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과 국립박물관단지 통합운영지원센터를 묶어 가칭 국립지식문화박물관재단으로 개편한다.

체육 분야에서는 한국체육산업개발을 국민체육진흥공단에, 태권도원운영관리를 태권도진흥재단에 각각 편입한다.

한 기관의 기능을 둘로 나누기도 한다

이번 개편에서 눈에 띄는 사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다.

기관 전체를 한 곳으로 합치는 방식이 아니다.

공예본부·디자인본부·문화역284팀은 가칭 한국문화예술산업진흥원으로, 전통문화본부·한복센터는 가칭 한국문화진흥원으로 나뉘어 재편된다.

따라서 정부가 제시한 17은 단순히 17개의 독립 법인을 일대일로 합치는 숫자로 읽기보다 통합·분할 대상 기관과 조직을 포함한 개편단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개편이 단순한 기관 수 감축을 넘어 기능을 다시 분류해 유사한 영역끼리 묶는 방식이라는 점도 여기에서 드러난다.

정부는 왜 다시 묶으려 하나

문화정책 영역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분야별 전문기관과 사업조직이 각각 형성돼 왔다.

정부는 현재 이 가운데 일부에서 유사·중복 기능을 정비하고 분산된 기능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전체 공공기관 기능개혁안 역시 기관별로 흩어진 유사기능과 소규모기관을 통합해 국민과 기업이 필요한 서비스를 보다 연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요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기능이 비슷해 보이는 것과 실제 사업·예산이 중복되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기관별 설립목적과 정책대상, 전문성이 다르다면 비슷한 이름의 사업도 역할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통합의 타당성을 평가하려면 기관 숫자보다 어떤 업무가 실제 중복됐고 통합 후 무엇이 사라지거나 달라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합치면 무엇이 좋아질 수 있나

정부 구상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몇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기관마다 운영하던 인사·회계·총무·계약·전산 등 공통적인 경영지원 기능을 일원화할 여지가 생긴다.

문화예술인 입장에서는 여러 기관으로 분산됐던 지원·교육·정보서비스의 신청과 상담창구가 단순해질 가능성도 있다.

또 창작·유통·산업화·해외진출 등 서로 연결된 정책이 한 기관에 모이면 사업 간 연계성이 높아질 수 있다.

저작권 역시 정책·분쟁조정과 보호·침해대응 기능을 하나의 기관에서 연계할 경우 이용자 접근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통합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다.

실제로 그런 결과가 나타났는지는 개편 이후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고용은 승계한다는데 비용은 어디서 줄이나

이번 개편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정부는 일률적인 인력감축보다 유사기능 연결과 공통 관리비용 절감에 초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통폐합 기관의 임원을 제외한 직원은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통합 전후 보수 등 처우가 저하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긴다.

고용을 승계하면서 비용은 어디에서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비용절감 가능성을 검증할 영역으로는 기관장·임원구조, 인사·총무·회계 등 경영지원 기능, 청사, 정보시스템, 계약·구매, 중복사업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어느 항목에서 얼마를 절감할지는 구체적인 조직설계가 나온 뒤 확인해야 한다.

현재 공개된 정부 개편안에서는 문화 분야 17→7의 조직개편 방향은 확인되지만, 문화 분야 통합으로 연간 관리비용을 구체적으로 얼마 절감하겠다는 정량적 목표는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향후 세부 조직설계가 공개되면 몇 개 기관을 줄였는가와 함께 실제로 얼마의 중복비용을 줄일 수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무엇을 잃을 수 있나

문화예술은 분야별 전문성이 강하다.

지역문화와 예술교육, 전통문화, 공예, 디자인, 한복처럼 정책대상과 현장 생태계가 다른 영역을 하나의 대형기관 안에 넣으면 작은 전문분야가 조직 내부에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점검해야 한다.

통합 초기에는 직제·인사·보수체계와 정보시스템을 합치고 조직을 재편하는 데 일회성 비용도 발생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조직문화와 업무절차를 하나로 만드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행정혼선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경영관리비 절감효과만 계산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통합에 들어간 비용과 통합으로 절감된 비용을 함께 계산해야 실제 경제성을 판단할 수 있다.

작은 문화 분야가 사라지지는 않을까

비용절감만큼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다.

통합 전 한복·공예·지역문화·예술교육 등에 배정됐던 예산과 전담인력이 통합 이후에도 어느 정도 유지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체 기관의 관리비용은 줄었지만 특정 전문분야의 예산과 인력이 크게 감소한다면, 정부가 얻은 효율성과 문화현장이 잃은 전문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통합 이후에는 전체 예산만 볼 것이 아니라 분야별 예산과 전담인력의 변화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국가유산청 개편은 ‘17→7’과 별도

국가유산청 산하 조직도 이번 기능개혁 대상이다.

그러나 국가유산청 개편을 문체부 17→7 숫자에 포함해 설명하면 전체 규모를 오해할 수 있다.

정부안에서는 국가유산정책연구원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을 국가유산진흥원에 편입하고, 유네스코 관련 3개 센터를 가칭 유네스코유산전략원으로 통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따라서 문화·국가유산 분야 전체 개편범위는 17→7보다 넓지만 두 개편은 숫자를 분리해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발표했다고 통합이 끝난 것은 아니다

9월 3일 정부가 발표한 것은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이다.

17개 기관·조직이 이미 7개 기관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관에 따라 법령 개정과 조직·예산·자산·인력 이전 등 후속절차가 필요하다.

정부 역시 관련 법령 정비와 이해관계 조정, 노정협의체와 기관별 노조 의견수렴 등을 거쳐 개편을 추진할 방침이다.

따라서 현재 신설기관 명칭도 가칭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KNT24가 볼 숫자는 ‘17→7’ 하나가 아니다

문화기관 통폐합의 성패를 판단하려면 개편 이후 몇 가지 지표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지원사업 신청창구는 몇 개에서 몇 개로 줄었는가.

공모부터 선정까지 걸리는 평균기간은 단축됐는가.

중복·유사 공모사업은 실제 얼마나 정리됐는가.

문화예술인이 부담하는 행정절차는 줄었는가.

지역별 사업예산 비중은 어떻게 변했는가.

한복·공예·지역문화·예술교육 같은 전문분야의 예산과 전담인력은 유지됐는가.

민원·상담 처리시간은 단축됐는가.

그리고 재정 측면에서는 통합에 들어간 일회성 비용과 통합 이후 매년 줄어든 경영관리비를 함께 비교해야 한다.

이런 숫자가 쌓여야 17→7이 단순한 조직개편인지 실제 문화행정 개혁인지 판단할 수 있다.

조직도를 바꾸는 것은 시작일 뿐

공공기관의 기능과 구조를 변화한 정책환경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문화정책 역시 지역문화, 디지털 전환, K-콘텐츠의 세계화와 문화산업 성장 등 환경이 계속 변하고 있다.

그러나 기관을 합치는 것 자체가 개혁의 최종 목적일 수는 없다.

17개 기관·조직이 7개 체제로 줄어든 뒤에도 같은 비용과 중복사업, 복잡한 행정절차가 그대로 남는다면 숫자만 줄인 개편이 된다.

반대로 중복 관리비용을 줄이면서 전문성을 유지하고 문화예술인이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던 불편까지 줄일 수 있다면 통합의 의미는 커진다.

결국 정부가 앞으로 보여줘야 할 숫자는 17→7 하나가 아니다.

얼마나 중복을 줄였는가.

얼마나 비용을 절감했는가.

문화예술인이 얼마나 편리해졌는가.

그리고 통합 과정에서도 각 분야의 전문성을 얼마나 지켜냈는가.

문화기관 통폐합의 성패는 조직도가 아니라 그 결과가 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