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트럼프 우호관계 속 관세 협상…동맹과 거래에는 서로 다른 국익의 계산

미국은 투자·경제안보 결속, 중국은 ‘전략적 자율성’ 요구…한국의 실제 행동은 어디를 향했나

말보다 행동·비용·결과를 추적했다…친미·친중 이분법 넘어 대한민국의 ‘선택공간’을 묻다

(한국뉴스투데이24 = 이상록 기자) 

국가도 포커를 한다

국가도 포커를 한다. 다만 패 대신 관세와 동맹, 투자와 군사협력을 테이블 위에 올린다.

상대의 패를 직접 볼 수 없듯 정상들의 미소와 우호적인 발언만으로 국가의 전략을 단정할 수는 없다. 대신 무엇을 요구했고, 실제로 무엇을 선택했으며, 무엇을 양보하고 어떤 비용을 감수했는지를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두 정상이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해서 한국과 미국의 이해가 모든 문제에서 일치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한국이 중국과 대화하고 경제관계를 관리한다고 해서 곧바로 미국과 멀어진다고 볼 수도 없다.

그래서 KNT24는 질문을 바꿨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어느 편인가”가 아니라 “대한민국은 두 강대국 사이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웃으며 악수해도 협상표에는 숫자가 올라온다

정상 간 관계와 국가 간 거래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한미 양국은 정상외교를 통해 동맹과 경제·산업협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에서는 관세와 투자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등장했다.

미국은 2025년 한국에 25%의 상호관세율을 예고했다. 이후 한미 협상을 거쳐 공동설명자료에는 한국산 원산지 상품에 대한 상호관세와 관련해 한미 FTA 또는 최혜국세율과 15%를 비교해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구조가 명시됐다.

자동차·자동차부품 등 일부 품목의 미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도 15% 수준으로 조정하는 별도 규칙이 포함됐다. 반면 반도체·의약품 등에는 별도의 품목별 처리방식이 제시됐다.

따라서 이를 단순히 “한국산 모든 제품의 관세가 25%에서 15%로 낮아졌다”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관세협상과 함께 대규모 투자구조도 제시됐다.

공동설명자료에는 미국이 승인하는 한국의 조선 분야 투자 1,500억 달러와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에 따른 2,000억 달러의 추가 투자 약정이 명시됐다. 합하면 3,500억 달러다.

그러나 이 숫자 역시 주의해서 봐야 한다.

3,500억 달러가 한국 정부가 즉시 미국에 현금으로 지급하는 금액이라는 뜻은 아니다.

조선 분야 승인투자와 전략적 투자 약정이라는 서로 다른 구조가 포함돼 있으며, 투자 방식과 실제 집행액, 정부와 민간의 역할, 국내 산업에 돌아오는 최종 효과는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국의 행동을 미국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관세와 투자 요구의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미국은 자국 내 생산과 일자리, 제조업 기반, 핵심 공급망을 강화하려 한다.

한미 공동설명자료에도 조선·에너지·반도체·의약품·핵심광물·AI·양자컴퓨팅 등이 투자협력 대상으로 제시돼 있다. 양국은 경제안보와 공급망 협력 강화도 명시했다.

한국은 미국의 안보동맹이지만 동시에 중요한 교역상대다.

미국의 대한국 상품수지는 2025년 미국 기준 약 565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동맹관계와 별개로 무역적자를 줄이고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확대하려는 유인이 존재한다.

이것을 단순히 ‘한국을 압박하기 때문’이라고만 보면 미국의 행동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은 미국의 국익을 계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역시 미국의 요구가 한국의 안보·시장접근·산업경쟁력에 가져오는 이익과 비용을 계산해야 한다.


중국도 한국에 선택을 요구한다

그러나 게임판의 반대편에는 중국이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월 21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의 전략대화에서 중국 측 표현으로 한국이 ‘진정한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고 진영대결이나 어느 한쪽 편에 서는 것을 피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중국 측이 공개한 중국의 공식 입장이라는 점이다.

한국 정부가 중국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이 발언은 중국이 한국의 전략적 선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미국 중심의 대중 견제구조에 깊숙이 들어가는 상황이 유리하지 않다. 반도체와 공급망, 한미일 안보협력, 대만 문제 등에서 한국의 선택은 중국의 이해와 연결될 수 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한국에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은 동맹과 경제안보의 결속을 요구하고, 중국은 진영 선택을 피하는 전략적 자율성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실제로 무엇을 선택했나

말보다 행동을 보자.

한국은 안보에서 한미동맹을 핵심축으로 유지하고 있다.

한미 공동설명자료에서도 미국은 주한미군의 지속적 주둔과 확장억제를 재확인했고, 양국은 핵협의그룹을 포함한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은 중국과 정상외교와 고위급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즉 현재까지 나타난 행동만 놓고 보면 안보의 중심축은 미국에 두면서 중국과의 경제·외교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 관리하는 모습이 함께 나타난다.

일부 국제정치 분석에서는 이런 복수 관계 관리전략을 ‘헤징’의 관점에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의 현재 전략을 성공적인 헤징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미·중 경쟁이 강해질수록 양측이 한국에 요구하는 선택의 비용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전략에 붙이는 이름이 아니다.

한국이 실제로 어느 사안에서 무엇을 선택했고, 그 결과 무엇을 얻었는가다.


한반도 평화 인식에서는 미국의 비중이 컸다

한국갤럽이 2025년 8월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도 흥미롭다.

질문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미·중·일·러 가운데 어느 나라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가”였다.

미국을 꼽은 응답은 76%, 중국은 12%, 일본 3%, 러시아 1%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였다.

이를 “한국 국민은 모든 분야에서 미국을 중국보다 중요하게 본다”고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정확하게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주변국 관계 인식에서 미국을 가장 중요하게 꼽은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의미다.

정치성향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

보수층에서는 미국 90%, 중국 4%, 진보층에서는 미국 65%, 중국 22%였다.

차이는 크다.

하지만 동시에 진보층에서도 미국을 가장 중요한 주변국으로 꼽은 비율이 중국보다 크게 높았다.

한국 사회를 단순히 ‘친미 보수 대 친중 진보’로 나누는 것만으로는 실제 인식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서로 다른 위험을 보고 있다

외교정책은 한국 정치에서 쉽게 진영의 언어로 번역된다.

미국과 가까워지면 ‘대미 종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중국과 대화하면 ‘친중’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진보적 관점에서 대표적으로 제기되는 우려에는 외교적 자율성, 한반도 긴장완화, 대화공간, 중국과의 경제관계 훼손 가능성 등이 있다.

보수적 관점에서 대표적으로 제기되는 우려에는 한미동맹의 신뢰, 북한에 대한 억지력, 중국의 전략적 압력과 경제안보 위험 등이 있다.

이 차이를 ‘누가 대한민국을 더 사랑하는가’의 문제로 바꿔버리면 정책토론은 어려워진다.

오히려 서로 다른 위험에 더 높은 비용을 매기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말보다 실제 선택을 보자

경제학의 ‘드러난 선호’라는 개념을 국가의 선택에 빗대 보면 유용한 질문 하나를 얻을 수 있다.

말이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선택했는가.

현재까지 한국의 행동에서는 안보에서 한미동맹을 핵심축으로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경제·외교 관계 역시 관리하려는 모습이 동시에 나타난다.

그러나 이것이 최종적으로 대한민국에 유리한 전략인지는 아직 판정할 수 없다.

미국과의 관세·투자 합의가 한국 산업에 어떤 손익을 남길지, 중국과의 관계관리가 공급망과 수출, 안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KNT24가 「국익의 게임」에서 계속 확인하려는 것은 어느 나라와 더 친한가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안전과 번영을 지키면서 다음 선택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얼마나 남겼는가.


그런데 게임판에는 미국과 중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만 놓고 보면 한국의 선택은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게임판에는 두 강대국만 앉아 있지 않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북한·러시아를 안보 변수로 보며 방위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과 군사협력을 확대하면서 한반도 안보구조에 새로운 변수를 만들고 있다.

한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이야기하면서도 한미동맹과 군사적 억지를 유지한다.

여기서 2부의 질문이 시작된다.

대화와 억지는 정말 서로 반대되는 선택일까.

아니면 평화를 지키기 위해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두 가지 수단일까.

1부가 ‘누구 편인가’를 물었다면, 2부는 ‘어떻게 평화를 지킬 것인가’를 묻는다.


5. 3부작 안내박스

KNT24 특별기획 「국익의 게임」

① 선택의 게임
미·중 사이에서 한국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② 평화의 게임
한국·미국·북한·중국·일본·러시아가 얽힌 한반도에서 대화와 억지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③ 화합의 게임 | SPECIAL OPINION
진보와 보수의 서로 다른 해법 아래 대한민국이 함께 지킬 국익은 무엇인가.


6. 다음 편 예고

다음 편 | 「국익의 게임」 ② 평화의 게임

대화를 원하는데 왜 군사훈련을 하나…한반도 6자 셈법

UFS 조정, 북한의 미사일 발사, 북러 군사협력, 일본의 방위력 강화와 중국의 전략적 이해.

대화와 억지는 정말 서로의 반대말일까.

KNT24가 한국·미국·북한·중국·일본·러시아의 실제 행동을 한 게임판 위에 올려놓는다.


7. KNT24 DATA CHECK

관세: 한미 공동설명자료에는 상호관세와 관련한 15% 기준 구조와 자동차·자동차부품 등 일부 품목의 별도 관세규칙이 명시돼 있다. 따라서 ‘모든 한국산 제품이 25%→15%’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투자: 조선 분야 1,500억 달러와 전략산업 분야 2,000억 달러가 각각 제시됐다. 3,500억 달러 전체를 즉시 지급되는 현금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중국: ‘진정한 전략적 자율성’과 진영대결 회피 요구는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중국 측 공식 입장이다. 한국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론: 한국갤럽의 해당 문항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주변국 관계’를 묻는 조사다. 미국 76%, 중국 12%라는 결과를 한국인의 모든 외교·경제 인식으로 확대하지 않는다.

분석: ‘협상·반복게임·헤징·드러난 선호’ 등은 각국의 공식 전략명이 아니라 공개된 행동을 해석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적용한 분석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