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국 취업선원 54.8%가 외국인…한국인 선원 60세 이상은 43.9%
강원·경북 오징어류 위판량 4년 새 77% 감소…인력난에 어업환경 변화까지 겹쳐
E-7-4 농축어업 고용한도 최대 50%로 확대…이제는 ‘대체 인력’ 넘어 안전·정착 함께 볼 때
(한국뉴스투데이24=김 인 기자)동해안 항구의 새벽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조업을 준비하는 어선에 오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어가 아닌 말이 들리는 것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한국인 선원은 줄고 있고 남아 있는 선원들의 고령화도 진행되고 있다. 그 빈자리를 외국인 선원이 채우면서 외국인 노동자는 한국 수산업을 유지하는 중요한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숫자로 보면 변화는 더욱 선명하다.
해양수산부가 발간한 「2026 한국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2025년 말 우리나라 전체 취업선원은 6만543명이다.
이 가운데 한국인 선원은 2만7,372명, 외국인 선원은 3만3,171명이다.
외국인 선원이 전체 취업선원의 **54.8%**를 차지했다. 재무부
전국 취업선원 두 명 가운데 한 명 이상이 외국인인 셈이다.
외국인 선원 45.7%→54.8%…5년 사이 뒤집힌 구성
변화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진행됐다.
전체 취업선원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2021년 **45.7%**에서 2022년 47.0%, 2023년 49.9%, 2024년 53.0%, 2025년 **54.8%**로 높아졌다.
반대로 한국인 선원 비중은 같은 기간 54.3%에서 45.2%로 낮아졌다. 재무부
다만 이 통계는 전국 선원 통계다.
따라서 이를 곧바로 ‘동해안 선원의 54.8%가 외국인’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한국 수산업과 선원 노동시장에서 외국인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한국인 선원 10명 중 4명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화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2025년 한국인 선원 가운데 **60세 이상은 1만2,002명으로 43.9%**를 차지했다. 40~50대는 30.9%, 40대 미만은 25.2%였다. 재무부
농림어촌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가데이터처가 29일 발표한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확정 결과에 따르면 전국 농림어가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비중은 51.0%, 중위연령은 65.3세다. KDI 경제정보센터
다만 여기에서도 한 방향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한국인 선원 가운데 40대 미만 비중은 2023년 22.1%에서 2024년 24.4%, 2025년 25.2%로 최근 3년 연속 높아졌다.
해수부도 이를 장기적인 인력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 측면의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했다. 재무부
따라서 ‘한국인 청년 선원이 완전히 사라지고 있다’거나 ‘세대교체가 끊겼다’고 단정하는 것도 실제 통계와는 맞지 않는다.
문제는 청년층의 작은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인 선원의 고령화와 전체 인원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오징어도 4년 새 77% 감소
동해안 어촌이 겪는 어려움은 인력 문제만이 아니다.
바다의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수협중앙회 집계에 따르면 강원·경북지역 오징어류 위판량은 2021년 2만3,724t에서 2022년 1만2,280t, 2023년 3,796t, 2024년 3,931t으로 줄었고 2025년에는 5,383t을 기록했다.
2021년과 비교하면 약 77% 감소한 규모다. 연합뉴스
동해 수온 상승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그렇다고 해마다 오징어가 계속 줄어들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2025년에는 일시적인 회복 신호도 있었다.
지난해 6월 3일까지 강원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230t으로 전년 같은 기간 142t보다 62% 증가했다.
그러나 당시 어획량은 최근 3년 평균의 62% 수준에 그쳤다. 연합뉴스
이 두 숫자는 동해안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단기적으로 어획량이 반등하는 시기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요 어종의 자원 감소와 변동성 확대라는 문제가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동해안의 현실을 **‘오징어와 명태가 사라진 텅 빈 바다’**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기후와 해양환경 변화 속에서 주요 어종의 어획량 변동성이 커지고 장기적인 자원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외국인 선원이 늘면서 ‘언어와 안전’은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
외국인 선원은 인력난을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바다에서의 노동은 육상과 다르다.
좁은 선박 위에서 그물과 각종 장비를 다루고 기상상황에 대응해야 한다. 사고나 비상상황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정확한 지시를 이해하고 행동해야 한다.
따라서 언어와 안전교육은 단순한 생활적응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에 제출된 수협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10월까지 어선원 인명피해는 1,162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일반 선원은 590명, 외국인 선원은 311명으로 두 집단을 합치면 전체의 약 **77.6%**다. 뉴스1
그러나 이 숫자만으로 ‘외국인 선원이라서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거나 ‘언어장벽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결론 내려서는 안 된다.
사고원인은 작업형태와 선박환경, 기상, 안전장비, 숙련도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교육 통계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사각지대
같은 자료에서 더 눈여겨볼 부분은 안전교육이다.
2020년부터 2025년 10월까지 어업인 안전조업교육 이수자는 총 28만754명이다.
이 가운데 간부 선원이 26만1,665명으로 전체 교육 이수실적의 93.2%, 일반 선원이 4,856명으로 1.7%, 외국인 선원이 1만4,233명으로 5.1%였다. 더민주
여기에서는 표현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일반 선원의 1.7%, 외국인 선원의 5.1%만 교육을 받았다는 뜻이 아니다.
1.7%와 5.1%는 해당 기간 전체 교육 이수실적 가운데 각 집단이 차지한 구성비다.
또 당시 일반·외국인 선원은 간부 선원과 달리 법정 의무교육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외국인 선원은 신규 입국 때 안전교육을 받고 일반 선원은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구조였다. 더민주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특정 국적의 선원을 위험하다고 보는 데 있지 않다.
실제로 위험한 조업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안전교육이 충분히 닿고 있는가.
라는 질문이다.
외국인 선원에게 필요한 교육 역시 생활한국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조업 명령, 장비 이름, 위험경고, 화재·추락·전복 등 비상상황에서 즉시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다국어 안전교육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외국인 선원에게 “오래 일하라”면 정착조건도 함께 봐야
외국인 근로자의 장기근무를 지원하는 체류제도도 변화하고 있다.
법무부는 2026년 6월부터 농축어업 분야 숙련기능인력(E-7-4)의 고용 허용 한도를 기존 국민 고용인원의 **30%에서 최대 50%**까지 확대했다. 모바일주택홈페이지
국민 고용인원이 4명 이하인 영세 농축어업 사업장은 비율과 관계없이 E-7-4 인력을 2명까지 고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권리와 관련된 변화도 있다.
사업장 휴·폐업이나 폭행·임금체불 등 부당한 처우 때문에 불가피하게 직장을 옮겼다면 이전 사업장의 근무기간도 E-7-4 변경·연장 때 근속기간으로 인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모바일주택홈페이지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를 단기간 활용하는 인력에서 일정한 숙련도를 갖추고 장기간 일할 수 있는 인력으로 전환하려는 제도적 통로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비자만 바꾼다고 정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임금과 근로시간, 숙소, 의료 접근성, 언어, 안전교육과 지역사회 관계가 함께 따라가야 한다.
‘대체 인력’에서 ‘지역의 구성원’으로
이제 동해안 어촌에서 외국인 선원 문제를 단순히:
“부족한 한국인 일손을 몇 명의 외국인으로 채울 것인가.”
라는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전국 취업선원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 상황에서 이들은 이미 한국 수산업을 함께 움직이는 노동력의 중요한 한 축이다.
그렇다면 정책도 다음 단계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실제 어업현장의 인력수요를 반영하면서 숙련 외국인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체류·취업제도를 계속 정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수협 등은 조업현장에서 실제 사용하는 언어와 상황을 반영한 안전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인 일반 선원과 외국인 선원 모두에게 존재하는 안전교육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문제는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주와 어촌계 등 지역사회에도 역할이 있다.
외국인 선원을 단순히 부족한 일손을 메우는 사람으로만 보기보다 함께 생활하고 일하는 구성원으로 바라보면서 음식·종교·생활습관 등 문화적 차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조업현장의 안전수칙과 근로기준은 국적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버틸 수 있어야 어촌도 살아남는다
동해안 어촌 앞에는 여러 변화가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다.
한국인 선원은 줄고 고령화되고 있다.
외국인 선원은 늘고 있다.
바다는 따뜻해지고 주요 어종의 어획량은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역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어느 하나만 해결한다고 어촌의 미래가 보장되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외국인 선원이 없으면 버티기 어려운 어촌이 됐다면 이제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몇 명을 더 데려올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안전하게 일하고 살아갈 것인가’다.
외국인 선원을 더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인 청년이 다시 바다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기존 고령 선원의 안전을 지키며, 외국인 선원이 숙련된 노동자로 성장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동해안 어촌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몇 명의 선원을 더 확보하느냐에 있지 않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어업환경의 변화 속에서 한국인과 외국인 선원이 함께 안전하게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어촌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제 동해안 어촌의 ‘상생’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조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