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T-1 한국인 9명 실종…KDRT 지상·헬기·드론 수색에도 험준한 지형·악천후 장벽
계획에는 헬리패드·비상대응체계도 있었다…극한재난에서 실제 얼마나 작동했는지는 미확인
해외건설 안전, ‘계획이 있느냐’ 넘어 ‘재난 때 실제 구조 가능한가’ 검증해야
[한국뉴스투데이24=이상록 기자]
네팔 Upper Trishuli-1(UT-1)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한국인 9명이 실종된 가운데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지상과 공중에서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실종자는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이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네팔 라수와 지역에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한 뒤 연락이 끊겼다.
정부가 파견한 KDRT는 구조견 5마리와 고해상도 드론, 매몰자 탐지장비, 열화상 장비 등을 동원하고 있다. 현지 군과도 합동수색을 진행했다.
그러나 전문인력과 첨단장비가 현지에 도착했다고 해서 원하는 모든 구역에 곧바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번 재난은 해외건설 안전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재난대응계획이 존재하는 것과 실제 극한재난에서 사람을 구조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말인가.
지상수색도 했다…하지만 위험지역 접근은 제한
KDRT가 현장에서 도보수색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외교부 설명에 따르면 구조대와 기업 대응팀은 람체 인근에서 지상수색을 실시했고 드론 등 첨단장비를 이용한 공중수색도 병행했다. 그러나 의미 있는 흔적을 찾지는 못했다.
이후 한국 측은 실종자들이 머문 캠프에서 약 2㎞ 떨어진 람체 지역을 중심으로 도보수색을 확대하자고 네팔군에 제안했다.
네팔군은 안전을 이유로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상황을 ‘한국 구조대가 현장에 걸어서 들어가지 못한다’는 전면적인 접근금지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핵심은 이미 일부 지상수색은 이뤄졌지만, 수색이 필요한 특정 위험지역은 추가 붕괴와 험준한 지형 등 2차 사고 가능성 때문에 접근범위 자체가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네팔군도 헬기 지원…문제는 ‘비협조’가 아니었다
네팔 측이 한국 구조활동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네팔군은 한국 구조대에 헬기 2대를 제공했다. 하지만 기상악화로 한 대가 회항했고 다른 한 대는 이륙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앞서 한국 정부와 기업 측이 확보한 헬기들도 현지 당국의 비행승인과 기상여건 때문에 운항에 제약을 받았다.
결국 지금의 장벽은 한국 구조대의 의지 부족이나 네팔 정부의 단순 비협조라기보다 대규모 산악재난 이후 구조활동 자체가 또 다른 안전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데 있다.
구조하러 들어간 사람이 다시 구조대상이 되는 상황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구조대가 있어도 접근하지 못하면 구조는 어렵다
산악·수력발전·댐·터널 같은 대규모 해외건설 현장에서는 사고예방 못지않게 사고 이후의 접근성이 중요하다.
도로가 끊기고 산사태로 지형이 바뀌거나 추가 붕괴 가능성이 있다면 전문 구조인력이 도착해도 현장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
헬기는 기상과 가시거리, 비행승인, 착륙 가능지역에 영향을 받는다.
드론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넓은 지역을 빠르게 살필 수 있지만 모든 공간을 확인할 수 있는 만능 장비는 아니다.
결국 실제 재난에서는 지상 구조대·헬기·드론·구조견·각종 탐지장비가 서로의 한계를 보완하는 복합적인 수색체계가 필요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더 생긴다.
UT-1은 이런 자연재난과 비상상황을 사전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현장이었을까.
공식 자료를 확인하면 그렇지 않다.
계획에는 비상대응체계가 있었다
UT-1 관련 환경·사회영향평가와 국제금융공사(IFC) 공개자료에는 재난·비상상황에 대한 대비체계가 포함돼 있다.
IFC는 프로젝트의 기후위험평가에서 기온 상승에 따라 빙하호 붕괴홍수(GLOF)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댐 설계 역시 대규모 홍수에 대응하도록 보강됐으며, 건설·운영 단계의 사업자가 구체적인 Emergency Preparedness and Response Plan을 마련하고 시행하도록 요구했다.
환경·사회영향평가 자료에서도 건설단계 비상관리계획과 긴급대응을 위한 시설·절차가 제시돼 있다.
즉 UT-1을 ‘홍수와 산사태 같은 자연재난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건설현장’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계획 단계에서는 상당한 자연재해 위험과 비상대응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질문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
계획은 있었는데…실제 재난에서는 어디까지 작동했나
계획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번 재난 당시 그 계획이 제대로 작동했다고 결론내릴 수는 없다.
반대로 한국인 9명이 실종됐다는 결과만으로 비상대응계획이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현재 공개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계획된 비상시설은 실제 현장에 어떻게 구축돼 있었는가.
홍수 직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상태였는가.
대피로와 집결지는 실제 어떻게 작동했는가.
경보는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가.
통신이 끊겼을 경우 근로자들의 위치를 확인할 대체수단이 있었는가.
실제 실시된 비상훈련은 어떤 규모의 재난을 가정했는가.
사전에 상정했던 재난과 이번 홍수·산사태의 규모에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었는가.
이 질문들은 사고조사와 추가적인 공식자료가 나와야 답할 수 있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특정 기업이나 기관의 안전관리 책임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KNT24가 확인해야 할 것은 문서에 존재했던 안전계획이 실제 현장에 어떻게 구현돼 있었고, 이번과 같은 극한재난에서 어디까지 기능할 수 있었느냐다.
‘계획이 있다’와 ‘작동한다’ 사이
이 문제는 UT-1 한 사업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해외 대형 건설사업에는 환경·사회영향평가, 안전관리계획, 비상대응계획 등 여러 제도적 장치가 적용된다.
그러나 실제 안전은 계획서의 존재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비상 접근로가 있다면 재난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헬기 접근계획이 있다면 실제 기상과 지형에서도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대피장소는 본 재난뿐 아니라 2차 재난에서도 안전해야 한다.
통신망이 끊어졌을 때는 대체수단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외현장이라면 현지 군·경찰·재난기관과의 지휘·통신·접근승인 체계도 실제 상황에서 작동해야 한다.
따라서 해외건설의 비상대응체계는 ‘계획이 존재하는가’에서 ‘계획이 실제 작동할 수 있는가’로 평가기준을 한 단계 높일 필요가 있다.
6㎞ 하류 ‘9일 만의 생환’…한국인 현장과는 다르다
이번 재난에서는 극적인 구조 소식도 전해졌다.
UT-1에서 트리슐리강을 따라 약 6㎞ 하류에 있는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에서 네팔 직원 2명이 재난 발생 9일 만에 구조됐다.
그러나 이들이 구조된 곳은 한국인 9명이 일했던 UT-1과 다른 발전시설이다.
따라서 이 사례를 근거로 한국인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각 발전소의 피해형태와 시설구조, 실종자들의 당시 위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대규모 산악재난에서는 지상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터널이나 시설 내부 등 다양한 공간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색범위를 검토할 때 참고할 사례다.
해외건설 안전, ‘경보→대피→구조’까지 시험해야
해외건설 현장의 첫 번째 안전원칙은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다.
하지만 산악·하천·수력발전·터널처럼 자연재해 노출이 큰 사업에서는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비상대응체계에는 최소한 세 단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경보 → 대피 → 구조다.
재난을 얼마나 빨리 인지하고 경보했는가.
근로자들은 어디로 대피하도록 계획돼 있었는가.
대피하지 못하거나 연락이 끊긴 사람에게 구조대는 어떻게 접근하는가.
그리고 기존에 예상했던 재난보다 더 큰 재난이 발생해 대피로나 접근로가 사라졌다면 두 번째 대안은 무엇인가.
특히 해외현장에서는 한국 구조기관이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없다.
현지 정부·군·경찰·재난기관과의 협력체계까지 실제 비상계획의 일부가 돼야 하는 이유다.
안전계획의 마지막 시험은 문서가 아니라 현장이다
UT-1에는 적어도 문서상 비상대응체계가 있었다. IFC 자료에서도 GLOF를 포함한 기후위험과 건설·운영단계의 비상대응계획 수립 요구가 확인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재난이 던지는 질문은 더 무겁다.
계획된 안전시설과 대응절차는 실제 어느 정도 준비돼 있었는가.
이번 규모의 재난에서도 작동할 수 있었는가.
작동하지 못한 부분이 확인된다면 그것은 계획의 문제였는가, 실행의 문제였는가, 아니면 기존 설계범위를 넘어선 재난이었는가.
그 답은 향후 사고조사와 현장자료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인 실종자 9명을 찾는 일이다.
동시에 이번 사고가 한국 해외건설 산업에 남기는 질문도 놓쳐서는 안 된다.
해외건설 안전은 비상대응계획서를 만드는 것으로 완성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