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주거복지 분리해 공급속도 높인다…173조7천억원 부채·개발이익 이전은 난제

보상·인허가·기반시설까지 빨라지는 것은 별개…분리 전후 ‘공급기간’으로 성패 따져야

[한국뉴스투데이24=이상록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담당하는 두 공사로 분리하는 대규모 조직개편에 나선다.

택지개발·주택건설은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 주거복지·자산비축은 가칭 ‘주택도시자산공사’가 각각 담당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성격이 다른 두 기능을 분리해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고 주거복지 운영체계를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조직별 기능 개편안은 국토교통부가 별도의 LH 개혁방안을 통해 제시할 예정이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해 LH가 출범한 지 17년 만에 방향을 다시 돌리는 셈이다.

당시에는 업무 중복을 줄이고 개발사업의 수익으로 공공임대 등 주거복지 부담을 교차보전하는 것이 통합의 주요 논리였다. 이제 정부는 다시 효율성과 공급속도를 이유로 기능 분리를 추진한다.

그렇다면 국민이 확인해야 할 질문은 조직도가 아니다.

LH를 둘로 나누면 실제 집이 더 빨리 지어지는가.

LH를 나누면 어떤 병목이 없어지나

공공주택이 입주자에게 공급되기까지는 LH 내부 의사결정만 거치는 것이 아니다.

사업은 지구지정과 토지보상, 지구계획·각종 인허가, 기반시설 설치, 주택사업 승인, 발주·착공, 공사, 준공·입주에 이르는 여러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토지보상 협의와 지방자치단체 협의, 환경·교통 관련 절차, 주민갈등, 문화재 문제, 기반시설 설치, 공사비와 사업성 등 다양한 요인이 사업기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LH를 두 기관으로 나눈다고 이런 외부 절차까지 자동으로 빨라지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현재 주택공급 지연 가운데 LH 내부 의사결정과 개발·주거복지 기능의 충돌이 실제 어느 정도의 병목을 만들고 있었느냐다.

내부 의사결정이 상당한 병목이었다면 개발조직의 전문화와 의사결정 단순화가 효과를 낼 수 있다.

반대로 보상·인허가·지자체 협의·사업성 등이 더 큰 병목이었다면 조직을 둘로 나누는 것만으로 전체 공급기간이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수 있다.

정부 역시 개발부문에는 신속성과 재무성과가, 주거복지에는 공공성이 요구되는데 이를 한 기관에서 수행하면서 비효율이 발생했다는 것을 분리의 주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173조7천억원 부채보다 중요한 질문…누가 어떤 자산과 빚을 가져가나

조직을 나누는 순간 또 다른 문제가 시작된다.

돈이다.

LH의 부채는 2025년 말 기준 173조7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3조6천억원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217.7%에서 **230.8%**로 상승했다. 임대주택 운영손실은 2024년 2조8,311억원에서 지난해 3조1,949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173조7천억원을 두 기관이 단순히 절반씩 나눌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개발사업에는 토지·택지·건설사업과 관련된 자산과 금융부담이 연결돼 있고, 공공임대에는 장기간 보유해야 하는 자산과 건설·관리·수선에 따른 비용이 따라붙는다.

어느 자산과 부채를 어느 기관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두 기관의 재무건전성은 출범 순간부터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정부 발표에는 173조원대 부채를 두 공사에 어떻게 배분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따라서 전체 부채 규모만큼 중요한 질문은 “수익을 만들어내는 자산과 지속적으로 비용이 발생하는 자산, 그리고 그에 연결된 부채를 각각 누가 가져가느냐”다.

개발공사가 벌고 복지공사가 쓰면…돈은 어떻게 넘길까

두 번째 문제는 개발이익과 주거복지 재원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다.

LH는 그동안 택지개발 등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공공임대주택 건설·운영 과정의 손실을 보전하는 구조를 활용해 왔다.

정부는 조직을 분리한 뒤에도 이 연결을 끊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의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하고, 기금이 이를 주택도시자산공사에 출연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개발이익 가운데 얼마를 이전할 것인가.

부동산 경기침체로 개발이익이 줄어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공공임대의 관리·수선과 운영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필요할 경우 정부재정은 어느 정도 부담할 것인가.

이런 구체적인 재정구조가 나와야 분리모델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개발이익은 부동산 경기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임대주택 관리와 주거복지 비용은 경기가 나빠졌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조직을 둘로 나누는 것 못지않게 두 조직 사이의 재정 연결장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분리 초기에는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정부가 기대하는 장기적인 효율성과 별개로 조직분리 과정에서는 전환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조직과 인력을 나누고 자산·부채와 기존 계약을 배분해야 한다. 정보시스템과 내부규정도 정비해야 한다.

개발공사와 자산공사 사이에 사업 인계나 재원 이전을 위한 새로운 절차가 생길 수도 있다.

정부는 LH 분리를 주택공급 속도전과 연결하고 있지만, 조직 분리에 따른 갈등과 비용 때문에 단기적으로 공급속도가 오히려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개편 직후 착공물량 하나만 놓고 성패를 판단해서도 안 된다.

분리 이전의 기준선을 먼저 확보하고 이후 동일한 지표를 일정 기간 비교해야 한다.

정부는 합치기도 하고 나누기도 한다

이번 개편에서 흥미로운 점은 정부가 모든 공공기관을 한 방향으로 재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전체 공공기관을 524개에서 415개로 109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발전 5사와 4개 항만공사는 각각 단일기관으로 통합하고,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반면 LH는 하나의 조직을 두 개로 나눈다.

결국 개편의 핵심은 기관 숫자를 줄이는 것만이 아니라 기능의 성격에 따라 합칠 것은 합치고 분리할 것은 분리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성과 역시 기관 수가 아니라 실제 효율과 국민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변화로 평가해야 한다.

LH는 그 효과를 숫자로 검증하기 좋은 대표적인 사례다.

KNT24, ‘분리 효과’ 11개 지표로 추적

LH 분리의 정책목표가 주택공급 속도 향상이라면 성과도 공급시간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KNT24는 향후 LH 개편 진행과 함께 다음 지표를 지속적으로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① 지구지정→보상착수 기간
② 보상착수→보상완료 기간
③ 보상완료→주택사업승인 기간
④ 사업승인→착공 기간
⑤ 착공→준공 기간
⑥ 준공→실제 입주 기간

재무 측면에서는,

⑦ 연간 개발이익
⑧ 개발부문에서 주거복지로 이전되는 재원
⑨ 공공임대 운영손익
⑩ 두 기관의 부채와 이자비용
⑪ 조직분리에 따른 일회성 비용

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분리가 실제 시행되기 전에 이들 지표의 기준선(Baseline)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래야 몇 년 뒤 “주택공급이 늘었다”는 총량만 보는 대신 어느 단계가 실제 몇 개월 단축됐고 어느 단계에서는 변화가 없었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통합도 분리도 결국 수단이다

2009년에는 통합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17년 뒤에는 분리를 통해 효율성과 주택공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한다.

정책환경과 공기업의 역할이 달라졌다면 조직을 다시 설계할 수 있다. 과거의 통합이나 현재의 분리 가운데 어느 하나를 그 자체만으로 성공이나 실패라고 단정할 이유는 없다.

다만 같은 ‘효율성’이라는 목표 아래 서로 반대 방향의 조직개편을 선택했다면 이번에는 그 결과를 숫자로 확인해야 한다.

통합도 분리도 수단일 뿐이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공기업의 조직도가 어떻게 바뀌었느냐가 아니라 필요한 집이 실제로 더 빨리 공급됐느냐다.

LH 분리의 성패 역시 결국 그 숫자가 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