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1,420만 경기도민 여러분, 경기도지사 추미애입니다. 오늘 저는 도민 여러분께 반드시 알려드려야 할 경기도의 현실을 말씀드리기 위해이 자리에 섰습니다. 최근 경기도의 재정 상황이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두고, 일시적인 어려움을 과장하는 것 아니냐, 민선 9 기 공약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을 쌓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오해도 들었습니다.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지금 경기도는 새로운 공약사업을 추진하기는커녕, 이미 진행중인 사업조차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민선 8 기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상당수 민생사업과 필수사업의 올해 예산을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했습니다.
저는 취임 직후에야, 이 중대한 사실과 구체적인 재정 실상을 보고받았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1,420만 도민의 삶과 직결된이 중대한 재정상황이 공직사회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고, 그 심각성마저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상황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법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이 위기는 결코 일시적이지 않습니다. 경기도는 당장 약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경을 해야 합니다. 예산담당부서의 내부 보고에 따르면, 내년이 된다고 상황이 저절로 나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세입은 줄고 의무지출은 늘어나면서 재정 여건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불과 2~3년 뒤에는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또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위험을 미리 알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2025년, 경기도는 한 해 동안 총 3차례에 걸쳐서 약 9,43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습니다. 이는 지방채 발행 한도인 9,460억에 99.6% 육박한 수치입니다. 지방채 발행은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2025년 5월에는 용도가 명확히 정해진 기금까지 손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습니다. 이후 3차에 걸친 추경을 통해 각종 기금에 있던 약 5,588억원의 재원을 통합계정을 거쳐 일반회계 등으로 끌어다 사용했습니다. 일례로 오롯이 남북교류와 평화협력 사업을 위해 조성한 남북협력기금은 384억원 중에서 통합계정에 340억원을 예탁 이전하였고, 이제는 44억원만 남았다고 합니다.
기금의 목적에 맞는 사업과 미래의 위기에 대비해야 할 가용 재원까지 사실상 소진한 것입니다. 지방채를 발행하고 각종 기금까지 끌어다 쓰며 눈속임으로 당장의 위기를 넘겼지만, 그렇게 하고도 올해 예산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못했습니다. 미완의, 미생 예산인 것 입니다.
그 대가는 고스란히 경기도민을 위한 민생예산의 부실로 이어졌습니다. ▲ 노인장기요양 예산 약 1,234억원 ▲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 육성 약 10억원 ▲ 친환경 우수 농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약 34억원 ▲ 경기도 산후조리비 지원 약 80억원 ▲ 道 교육청 유·초·중·고등학교 급식비 지원 약 584억원 ▲ 가족돌봄수당 지원 약 14억원 ▲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지원 약 29억원 ▲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운영지원 예산 약 291억원을 비롯한 필수·민생 사업은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치 예산은 아예 편성하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마른 땅에 풀 한 포기 남지 않은 것처럼, 더 이상 끌어다 쓸 재원도, 위기를 미룰 여력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재정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조조정에 나섰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가리는 동안 경기도 재정을 바로잡을 골든타임마저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시간이 흐른다고 경기도의 재정 상황이 저절로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세입과 세출 구조를 방치한다면 재정위기는 해마다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도의 전체 예산은 약 41조 7천억 원이지만, 도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약 3조 5천억 원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복지사업, 국비 매칭사업, 시·군 조정교부금처럼 사용처와 부담 규모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경기도를 서울과 마찬가지로 재정여력이 충분한 지방자치단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도는 세입구조부터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서울시는 개인과 법인의 지방소득세 등 비교적 안정적인 세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경기도 본청에는 지방소득세가 없습니다. 또한, 경기도는 보통교부세조차 받지 못하는 불교부단체이면서, 전체 도세의 절반 이상을 부동산 거래에 따라 크게 변동하는 취득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가 줄면, 경기도의 재정 여력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경기도의 취득세 수입은 2022년 약 11조원에서 올해 약 8조원 수준으로 약 30% 감소했습니다. 그나마 기대했던 3 기 신도시 개발에 따른 취득세 수입에도 적신호가 켜졌습니다.
공공임대주택 비율과 LH 직접개발 방식을 추구하면서 당초 6,500억원으로 예상했던 취득세 수입은 2,3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신도시가 들어서면, 경기도는 교통과 소방, 복지와 기반시설 확충에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정작 개발에 따른 세입 확충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입니다. 기업 유치도 마찬가지입니다.
경기도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전력과 용수, 교통망 확충에 행정적·재정적으로 막대한 지원과 투자를 해도 기업활동으로 발생하는 법인지방소득세는 시·군에 귀속될 뿐, 정작 인프라 투자를 주도한 경기도는 단 1원도 받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경기도는 개발과 기업유치에 필요한 비용은 부담하면서도, 그에 따른 세수는 전혀 확보하지 못하는 불균형한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반면, 이처럼 세입은 줄어드는데, 경기도가 부담해야 할 재정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기도의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의 약 49% 에 달합니다. 지금 같은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전체 예산의 60% 에 이를 수 있습니다. 2022년 이후 경기도 전체 인구는 약 30만명 증가했는데, 65 세 이상 고령인구는 2 배인 약 60만명이 늘었습니다.
최근 5년 간 고령인구 증가율은 연평균 6.8% 로 전국 평균 5.4% 보다도 높습니다. 대규모 인구유입과 고령화로 인한 복지수요가 앞으로 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재정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경기도 재정의 정상화가 절박한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경기도의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위기를 숨기거나 다음 세대에 떠넘기지 말고, 도민 여러분께 있는 그대로 보고드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경기도의 구조적인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기획예산처 장관을 직접 만나 제도개선을 건의했습니다.
또한, 경기도의회를 찾아 재정의 실상을 설명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지혜도 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제도개선만 기다릴 수도, 경기도만의 힘으로이 위기를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경기도의회와 31개 시·군, 1,420만 도민과 모든 공직자들이 원팀이 되어 함께 현실을 직시하고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에 저는 오늘, 2026년 8월 5일이 시간부로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 을 공식 선언합니다. 더 늦기 전에 재정을 바로 세우고, 도민의 삶과 경기도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결단입니다. 도지사인 저부터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도지사를 포함한고위공직자부터 본 (本)을 보이겠습니다. 첫째, 도지사와 고위공직자의 각종 업무 경비를 감액하겠습니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즉각 시행하겠습니다.
둘째, 낭비성 예산의 편성과 집행을 전면 중단하겠습니다. 일회성·선심성 행사와 불요불급한 사업은 즉시 중단하거나 원점에서 재검토하겠습니다. 이미 불필요한 행사에 대해서는 중단을 지시했으며, 이러한 행사에는 참석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관행적으로 반복돼 온 각종 연구용역과 민간위탁, 대행사업도 타당성과 효과를 면밀히 재평가해서 추진 여부를 조속히 결정하겠습니다. 다만, 재정위기를 이유로 민생을 포기하지는 않겠습니다.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등 반드시 확보해야 할 예산은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셋째, 공직 조직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습니다. 도지사 직속 참모조직부터 엄격하게 재정비하겠습니다. 모든 실·국과 공공기관 간의 칸막이를 없애고 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사업의 필요성과 성과, 중복 여부를 원점에서 점검하도록 하겠습니다.
넷째, 경기도의 세입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제도개혁에 나서겠습니다. 재정지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취득세 중심의 불안정한 세입구조에서 벗어나 경기도의 위상과 역할, 그리고 재정부담에 걸맞은 세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지방소비세 확충과 기업 유치에 따른 세수의 합리적 배분, 국고보조사업의 과도한 지방비 부담 개선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겠습니다. 지금 경기도정은 지방자치의 존립과 경기도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재정위기가 하루아침에 시작된 것이 아닌 만큼, 이를 바로잡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과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
그러나 그 고통을 사회적 약자와 서민의 삶에 떠넘기지 않겠습니다. 불필요한 곳에서 먼저 줄이고, 더 큰 책임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감당하는 공정한 재정개혁을 추진하겠습니다. 저부터 가장 앞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31개 시·군이 함께 협력하여 해결하겠습니다. 1,420만 도민께서도 힘을 모아주십시오. 지금의 어려움을 미래 세대의 빚으로 넘기지 않고, 더 나은 경기도를 위한 새로운 전환점으로 만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