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관광이 강원경제를 살린다

- 관광객 1억 5천만 명 시대, 이제는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할 때
"관광객은 넘쳐나는데 왜 지역경제는 웃지 못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강원특별자치도 경제의 미래를 여는 첫걸음이다.
강원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자원을 보유한 지역이다. 푸른 동해와 설악산, 오대산과 치악산, 아름다운 계곡과 호수, 그리고 사계절이 빚어내는 자연의 풍경은 전국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여름이면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고, 가을이면 단풍을 즐기며, 겨울이면 설원을 찾아 수많은 관광객이 강원을 방문한다.
강원관광재단의 2025년 관광동향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특별자치도를 찾은 관광객은 약 1억 5,460만 명으로 전년보다 3.2% 증가했다.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관광 규모다. 이처럼 강원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도 현장에서 만나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는 기대와 다르다.
"사람은 많은데 장사는 예전 같지 않습니다."
관광객의 발길과 지역경제의 온도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그 이유는 관광객의 숫자가 아니라 머무는 시간에 있다.
많은 관광객이 오전에 도착해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고 식사 한 끼를 한 뒤 저녁이면 수도권으로 돌아간다. 이른바 '스쳐 가는 관광'이다. 이러한 관광 형태로는 숙박업은 물론 전통시장, 음식점, 카페, 문화시설, 농특산물 판매장까지 이어지는 소비가 충분히 일어나기 어렵다.
이제 강원의 관광정책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는 경쟁보다 관광객이 하루 더 머물고, 한 번 더 소비하며, 다시 찾고 싶은 강원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이제는 '방문객 수'보다 '체류시간'과 '지역 소비'가 관광정책의 새로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관광객이 단 하루만 더 머물러도 경제적 파급효과는 예상보다 훨씬 크다. 숙박업과 음식점은 물론 카페, 전통시장, 문화예술 공연장, 농특산물 판매장까지 소비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는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 증가로 연결되고, 청년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와 창업 기회를 제공한다. 관광은 더 이상 풍경을 보여주는 산업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산업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광 콘텐츠도 한 단계 진화해야 한다. 아름다운 자연만으로는 부족하다. 야간관광과 미디어아트, 지역 문화예술 공연, 전통시장 야시장, 농촌·어촌 체험, 숲 치유 프로그램, 해양레저, 미식여행 등을 연계한 체류형 관광상품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관광객이 "하루 더 머물 이유"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강원에는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자원이 많다. 청정 자연을 활용한 웰니스 관광, 폐광지역의 산업문화 관광, 동해안 사계절 해양레저, DMZ 평화생태 관광 등은 강원만이 가진 경쟁력이다. 이러한 자원을 지역 축제와 향토음식, 전통시장, 로컬 브랜드와 연결한다면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교통과 생활 인프라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관광지와 숙박시설, 전통시장, 문화공간을 편리하게 연결하는 교통체계를 구축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다국어 안내서비스와 디지털 관광 플랫폼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반려동물 동반 여행, 가족 장기체류, 워케이션 등 변화하는 관광 트렌드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제 강원특별자치도와 18개 시·군은 관광정책의 중심을 '방문객 수'에서 '체류시간과 소비'로 전환해야 한다. 관광객이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지역경제는 더욱 건강해지고,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는 힘도 커질 것이다.
강원의 미래는 더 많은 관광객을 맞이하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찾아오는 1억 5천만 명의 발걸음을 하루 더 붙잡는 데 있다. 그 하루가 전통시장에 웃음을 되찾게 하고,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청년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선물한다.
관광은 풍경을 소비하는 산업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지역을 살리는 산업이다. '하룻밤 더 머무는 강원'—그 작은 변화가 강원의 미래 100년을 여는 가장 큰 경쟁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