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촌 대신 호텔·크루즈선·컨테이너 활용…1만7천명 참가 속 숙박·등록 혼선

한국 축구대표팀 차량 차질 이어 농구 결승 당일 슈팅훈련도 무산

히데요시 환영행사·태극기 제지·북한 국가 오연주까지…조직위 운영 대응 시험대


(한국뉴스투데이24=이화식 기자)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지난 19일 공식 개막했지만, 개막 전부터 제기된 숙박과 등록, 수송 등 대회 운영을 둘러싼 혼선이 개막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일반적인 형태의 대규모 선수촌을 건설하지 않고 호텔과 크루즈선, 컨테이너형 임시 숙소 등을 활용하는 새로운 운영 방식을 도입했다.

당초 약 1만5천명으로 예상됐던 선수와 임원 규모가 약 1만7천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객실 배정과 선수 등록, 숙박시설, 수송 등을 둘러싼 문제가 여러 선수단에서 제기됐다.

한국 선수단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선수촌 환영행사에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분장한 공연자가 등장했고, 일본 입국 과정에서는 대형 태극기를 들고 이동하려던 한국 선수단이 제지받았다. 한국 남자하키 경기에서는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잘못 연주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여기에 20일에는 일본과의 남자농구 결승전을 몇 시간 앞두고 한국 대표팀의 훈련장 이동 차량이 오지 않아 예정했던 슈팅훈련을 취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국은 이런 차질 속에서도 이날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정상에 올랐다.

선수촌 없는 아시안게임…1만7천명 분산 수용

이번 대회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기존 국제종합대회에서 일반적이었던 대규모 아파트형 선수촌을 건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직위원회는 별도의 대규모 선수촌 대신 호텔과 기존 숙박시설, 컨테이너형 임시 숙소, 크루즈선 등을 활용했다.

대회 참가 선수와 임원은 당초 예상했던 약 1만5천명에서 약 1만7천명으로 늘었다. 대회는 45개 국가·지역에서 참가한 선수와 관계자들을 여러 형태의 숙박시설에 분산 수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별도의 선수촌을 건설할 경우 대회 이후 활용도가 떨어지는 이른바 ‘화이트 엘리펀트’가 될 수 있다며 비용과 사후 활용을 고려한 실용적인 선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선수촌 건설이 아시안게임 개최의 필수조건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선수단 입촌이 본격화하면서 객실과 공간 부족 등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커스티 코번트리 위원장은 20일 관련 시설을 직접 둘러본 뒤 숙소의 냉방과 환경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새로운 숙박방식 자체가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일부 선수들의 불편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확인된다.

숙박·등록·식사…여러 선수단에서 불편 제기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이용한 컨테이너형 숙소에서는 선수들의 체격에 비해 침대가 짧고 생활공간이 협소하다는 불만이 나왔다.

일부 숙소에서는 객실 배정과 선수 인증 과정에서도 혼선이 발생했다. 선수단 입촌이 지연되거나 기존 배정방식을 조정해야 하는 사례도 전해졌다.

개최국 일본 선수단 역시 대체 숙박시설 활용 방안을 검토해야 할 정도로 숙박 문제는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태국과 인도 등 일부 선수단에서도 숙소 배정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불만이 제기됐고, 중국 선수단에서도 선수 등록과 이동 과정의 지연 문제가 알려졌다.

식사와 관련해서도 일부 선수단에서 양과 제공방식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다만 모든 평가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숙박시설에 따라 다양한 메뉴가 제공됐고 급식 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어, 개별 사례를 전체 대회의 급식 수준으로 일반화할 필요는 없다.

핵심은 선수들이 경기 준비와 휴식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숙박·등록·급식 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축구는 야구장으로, 농구는 결승 당일 버스가 안 왔다

수송 문제는 한국 선수단이 반복적으로 경험한 운영상 혼선 가운데 하나다.

15일 한국 U-23 남자축구 대표팀은 카타르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위해 나고야 미즈호 공원 럭비경기장으로 이동하던 중 버스 운전기사가 인근 야구장으로 잘못 향하면서 예정 시간보다 약 30분 늦게 경기장에 도착했다.

카타르 선수단 버스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앞서 14일에는 이민성 감독과 대표팀 관계자가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이용할 예정이던 차량이 숙소에 오지 않아 행사에 늦는 일이 있었다.

16일에는 회복훈련장으로 이동할 공식 차량이 배차되지 않았다. 대표팀은 급히 대체 차량을 구했고 당초 오전 10시30분으로 예정했던 훈련장에 10시50분께 도착했다.

수송 문제는 개막 이후에도 이어졌다.

20일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은 개최국 일본과의 결승전을 앞두고 오전 별도 체육관에서 슈팅훈련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오전 10시께 오기로 한 셔틀버스가 별다른 설명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선수들은 숙소에 발이 묶였고 예정했던 슈팅훈련을 취소했다.

결승전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한국은 그날 저녁 일본을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결과와 별개로 결승 당일 예정된 공식 수송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문제는 대회 운영 차원에서 따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숙소와 경기장, 훈련장이 여러 지역에 분산된 이번 대회의 특성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수송체계는 선수들의 경기력과 컨디션 관리에 직접 연결되는 핵심 운영요소다.

히데요시·태극기·북한 국가…한국 선수단 관련 논란도

숙박과 수송 문제와 별개로 한국 선수단과 관련한 공식행사·의전 논란도 잇따랐다.

지난 15일 나고야항에서 열린 크루즈 선수촌 관련 환영행사에는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아이치 지역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로 분장한 공연자들이 등장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1592년 시작된 일본의 조선 침략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에 한국에서는 아시아 각국 선수들이 참가하는 국제 스포츠대회 행사에서 해당 인물을 등장시킨 것이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됐고, 대한체육회는 OCA와 대회 조직위원회에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조직위 측은 개최지역의 문화와 관광을 소개하려는 취지였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국제행사 프로그램 구성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17일에는 일본에 입국한 한국 선수단 본진이 주부국제공항에서 대형 태극기를 들고 이동하려다 현지 측의 제지를 받는 일이 발생했다. 현지에서는 보안상의 이유가 제시됐다.

이어 18일에는 더 직접적인 국가상징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 기후현 가카미가하라에서 열린 한국과 방글라데시의 남자하키 경기 직전 국가 연주 과정에서 한국의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가 잘못 재생됐다.

한국 선수들은 오류를 인지한 뒤 이를 알렸고 음악은 중단됐다. 이후 애국가가 다시 연주됐다.

대한체육회는 이상현 선수단장 명의의 항의 서한을 조직위원회에 보내 경위 설명과 공식 사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국기와 국가는 참가국의 상징성과 직접 연결되는 만큼 운영 과정에서 보다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비용 절감·지속가능성 실험…결국 운영으로 입증해야

이번 대회의 숙박방식은 기존 국제종합대회의 선수촌 운영과는 다른 실험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규모 선수촌을 건설한 뒤 대회가 끝나면 활용방안을 다시 고민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호텔과 크루즈선, 임시 숙박시설 등을 이용해 비용과 환경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OCA 역시 별도의 선수촌을 건설하지 않은 결정에 대해 비용과 사후 활용 측면에서 실용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 취지 자체와 실제 운영성과는 구분해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숙박 방식 자체가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비용과 지속가능성을 이유로 기존 선수촌 모델을 바꿨다면, 그 변화가 선수들의 휴식과 이동, 경기 준비에 추가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운영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제기된 혼선은 한국 선수단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여러 국가 선수단에서 숙박과 등록 등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고 개최국 일본 역시 대체 숙소 문제를 검토했다. 반면 IOC 수장은 직접 시설을 둘러본 뒤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이번 운영모델 전체의 성공과 실패를 단정하는 것보다는 남은 대회기간 실제 운영이 얼마나 안정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19일 공식 개막해 오는 10월4일까지 이어진다.

비용 절감과 지속가능성을 앞세운 새로운 대회 운영 방식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수들의 경기와 휴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숙박과 수송, 식사, 등록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막 전부터 이어진 운영상의 혼선을 조직위원회가 남은 기간 얼마나 신속하게 보완하고 안정적인 대회 운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이번 실험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