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교통 대변혁 맞이한 삼척, ‘빨대 효과’ 넘어 자생적 활력 찾으려면

​제천영월태백~삼척을 잇는 동서6축 고속도로 완성 사업과 부산에서 고성까지 이어지는 동해선 철도 전전화·고속화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삼척시 원덕읍을 비롯한 남부 권역이 거대한 교통망 개편의 중심에 섰다. '지하철이나 KTX만 뚫리면 지역이 살아난다'는 기대감이 높지만, 사통팔달의 길은 자칫 지역의 자본과 인구를 거대 도시로 실어 나르는 ‘급행열차’가 될 수도 있다. 교통망 대변혁의 길목에 선 지금, 우리는 지방 소멸을 막을 정밀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1. 마을 군락의 해체와 농촌의 ‘빈집’이 남긴 경고

​과거 원덕읍 일대를 비롯한 농촌·어촌 지역은 도로망이 부실했던 탓에 마을과 마을이 자급자족적인 소규모 군락을 이루며 살아왔다. 불편한 이동 여건이 역설적으로 마을 공동체를 묶어두는 울타리가 되었고, 그 안에서 자체적인 소비와 정주 기반이 유지되었다.

​그러나 국도 확장과 지역 도로망 정비가 본격화되면서 첫 번째 변화가 찾아왔다. 교육, 의료, 주거 환경이 더 나은 삼척 시내나 인근 중소도시로 인구가 이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편리해진 도로를 타고 사람 떠난 농어촌 마을에는 빈집이 흉물처럼 늘어났고, 남은 주민들의 고령화와 마을 공동화(空洞化) 현상은 급격히 진행되었다.

​2. 부산고성 철도와 제천삼척 고속도로, '독'인가 '약'인가

​이제 삼척은 차원이 다른 거대 교통망의 개통을 앞두고 있다.

​충북 제천에서 영월, 태백을 거쳐 삼척으로 이어지는 동서6축 고속도로는 수도권 및 내륙과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부산(부전)에서 출발해 삼척, 강릉을 거쳐 고성(제진)까지 연결되는 동해선 철도 및 KTX-이음 운행 계획은 영남권과 강원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준다.

​이러한 대형 인프라는 관광객 유입과 물류 이동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강력한 **‘빨대 효과(Straw Effect)’**라는 위험 요인을 품고 있다. 이동 시간이 단축되면 지역 주민들이 의료·쇼핑·문화 생활을 위해 포항, 부산, 혹은 수도권 등 대도시로 이탈하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길만 뚫어놓고 대도시의 생활 인프라에 대응할 고유의 매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삼척은 그저 ‘지쳐 지나가는 통로’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향후 삼척 및 지방 활성화를 위한 3대 발전 방향

​대형 교통망이 지역의 인구를 흡수해 가는 블랙홀이 아니라, 지역으로 자원과 사람을 불러모으는 '유입로'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응책이 시급하다.

​1. 주요 철도역·IC 중심의 ‘압축 도시(Compact City)’ 조성

​인구 감소 시대에 모든 농촌 마을에 인프라를 넓게 분산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원덕읍 일대의 주요 철도역(임원역 등) 및 고속도로 IC 주변 거점 지역에 주거, 의료, 상업, 복지 기능을 집약시키는 '압축 도시' 전략이 필요하다. 거점 지역의 생활 인프라 수준을 높여 거대 도시로의 인구 유출을 1차적으로 방어하고, 외곽 마을과는 촘촘한 대중교통망으로 연결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2. ‘통과하는 길’을 ‘머무는 길’로, 체류형 생활인구 확보

​교통이 좋아진 만큼 관광객이 숙박하지 않고 스쳐 지나갈 가능성도 커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삼척과 원덕이 가진 고유한 해양 자원, 산림 리조트, 해양레일바이크, 수소 에너지 산업 단지 등 지역 특화 자원과 연계한 체류형 관광 및 워케이션(Workation)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주민등록상 인구(정주인구)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지역에 머물며 소비하는 '생활인구'를 끌어들여 지역 경제의 혈액순환을 도와야 한다.

​3. 거대 교통망과 농촌 마을을 잇는 ‘모세혈관 교통망’ 확충

​제천~삼척 고속도로나 동해선 철도 같은 '대동맥'이 뚫리더라도, 정작 농촌 마을 주민들이 거점까지 이동할 수 있는 '모세혈관' 대중교통이 부실하다면 지역 내부의 소외는 심화된다. 고령층 주민들이 병원이나 시장이 있는 거점 지역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공공형 택시, 수요응답형 버스(DRT) 등 맞춤형 교통복지 체계를 정밀하게 구축해야 한다.

​[맺음말]

교통망은 단순한 콘크리트 도로나 철길이 아니다. 지역의 생존이 걸린 지도이다. 제천~삼척 고속도로와 동해선 철도가 가져올 대변혁의 시대, 삼척과 원덕읍이 대도시의 그늘에 가려지지 않기 위해서는 교통망 개통 이전에 자족 인프라와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탄탄히 준비해야 한다. '빠른 길' 위에 '머물고 싶은 삶의 터전'을 더할 때, 비로소 진정한 지방 균형 발전이 결실을 볼 것이다.